[기자수첩]삿포로맥주 M&A 어려운 이유

[기자수첩]삿포로맥주 M&A 어려운 이유

정재형 기자
2007.02.20 15:58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함께KT&G(177,800원 ▲1,600 +0.91%)를 공격한 바 있는 미국계 투자펀드 스틸파트너스가 지난 15일 일본 3위 맥주업체 삿포로 홀딩스를 공개매수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17.52%를 소유하고 있는 데 더해 지분을 66%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스틸파트너스는 삿포로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사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스틸파트너스가 이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적대적 인수 및 합병(M&A)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초 일본 정부의 회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M&A 방어수단 덕분이다.

삿포로는 지분 20% 이상을 취득하려는 투자자에 대해 사업계획 등의 설명을 요구하고 주주 전체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강제취득조건부신주예약권'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예약권을 발행한 뒤 적대적 매수자의 신주예약권을 강제로 소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M&A 방어수단은 이 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적대적 매수자의 주식을 강제취득하고 그 대가로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을 교부할 수도 있다.

또 차등의결권제도가 있고, 합병이나 이사의 선·해임 등 중요사항에 관한 결의시 거부권이 있는 특수한 주식(황금주)을 발행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초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의 KT&G 공격 이후 M&A 방어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논의중인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새로 도입된 것은 강제로 되살수 있는 주식(강제상환주식)의 발행 허용 뿐이다.

현 상법 개정안대로라면 스틸파트너스와 같은 투기자본의 횡포를 또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가 일본과 같이 강도 높은 M&A 대응책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서도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KT&G의 사례에서 보듯이 적대적 M&A와 투기자본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너무 헐거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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