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황후화'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왕권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이를 뺏으려는 아들이 축제날 화려한 궁 안에서 10만 대군의 학살을 불러온 내전을 치르는 내용입니다.
2년동안 제약업계를 출입하며 동아제약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 영화는 왠지 남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주윤발, 공리의 멋진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지난 몇년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아버지 황제와 반란군을 이끄는 차남의 모습에서 동아제약 '박카스 부자'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죠. 동아제약이라는 국내 최고의 제약회사를 놓고 펼치는 아버지 강신호 회장과 차남 강문석 대표의 지분 경쟁은 '황후화' 속 내전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22일 마침내 '박카스 부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화해의 포옹'을 나눈지 1달이 채 안돼 아들의 제안을 도덕성을 이유로 거절한 것입니다. 이에 아들은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카드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가 서로 10만 대군을 놓고 펼친 기싸움이였다면 이제부터는 전면전을 펼칠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 결말입니다. 지금까지처럼 '박카스 부자'의 싸움 결말 역시 영화 '황후화'를 따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대목입니다.
영화에서는 반란군이자 한 때 그가 아끼던 용맹한 차남, 그리고 아버지를 따르던 셋째 아들 모두 죽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싸움 끝에 가족들이 결국 서로를 죽이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누가 왕이 되든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10만명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다소 다른 점이라면 전쟁터가 동아제약 내부에서 법정이라는 넓은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각종 가처분 신청이 난무하고 또 경영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폭로전까지 더해진다면 '박카스 부자' 싸움은 '제2의 두산 형제의 난'의 재방송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온 가족의 주검 속에 홀로 살아남은 황제 주윤발의 허무한 표정은 앞으로도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