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여전히 허점많다(상보)

청약가점제 여전히 허점많다(상보)

송복규 기자
2007.03.29 11:38

[청약가점제]가점항목 현실성↓..돈많은 무주택자는 사각지대

청약가점제를 골자로 한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720만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총족하는 것은 어렵지만 청약가점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좀 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양가족수 가점 현실 반영 못해=부양가족 가점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위장전입 등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양가족수 항목에서 가장 높은 가점(35점)을 받으려면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직계존비속이 6명 이상이어야 한다. 부부가 부모를 모시고 자녀 3명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방 3개짜리 전용면적 25.7평 주택에서 7명이 함께 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전용면적 25.7평 초과 주택의 50%는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이지만 50∼60평형대 대형평형을 분양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는 많지 않다.

위장전입도 문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주택 수요자들이 무조건 부모의 주소를 옮겨 놓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며 "행정 시스템상 모든 청약자의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 많은 무주택자는 사각지대=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3개 항목으로 한정했다. 돈 많은 무주택자를 걸러내는 장치는 마련되지 않는 셈이다.

오는 2010년 근로소득지원세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가구소득이나 부동산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건국대학교 고성수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전산·정보 체계로는 새 청약제도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다"며 "공적 기관간 정보 공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독신자·신혼부부 최대 피해자=가점항목에서 '세대주연령'이 삭제됐지만 독신자나 신혼부부가 청약가점제 적용 아파트에 당첨될 확률은 여전히 낮다.

신혼부부는 양가 부모를 동시에 모시고 결혼 직후 자녀를 줄줄이 낳지 않는 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신자의 경우 아예 아파트 당첨 기대를 접는게 낫다.

유앤알 박상언 사장은 "신혼부부, 독신자도 문제지만 청약부금에 가입한 30대 초중반 주택 수요자도 갑갑하다"며 "이제와서 청약가점제가 적용되지 않는 청약저축으로 다시 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청약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중대형 실효성 논란=중대형아파트는 채권입찰제로 우선 순위를 가리고 채권입찰액이 같을 경우 가점제 50% , 추첨제 50%로 당첨자를 정한다. 하지만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채권상한액을 써내기 때문에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청약가점제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주택 수요자의 자금 여력은 무시한 채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 평형에까지 무주택자에게 혜택을 준다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위원도 "중대형 아파트는 서민주거 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민간택지 중대형은 가점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인에겐 너무 어려워=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청약자가 자신의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수, 통장가입기간 등을 직접 계산해야 한다.

당초 예상보다 가점 항목을 단순화했지만 일반 청약자들은 헷갈릴 수 있다. 본인의 실수로 계산이나 입력을 잘못할 경우 당첨이 취소되거나 청약자격이 제한돼 부담도 크다.

지난해 판교신도시 청약에서는 재당첨금지 조항 등에 걸려 당첨이 취소된 부적격자가 12%에 달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선임연구원은 "가점제로 청약제도가 복잡해진 만큼 재당첨 제한 금지 등을 재검토해 제도를 단순화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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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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