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은 '눈먼 돈'

고용보험기금은 '눈먼 돈'

여한구 기자
2007.05.24 13:35

지난해 1만여명 실업급여 42억 부정수급

근로자에게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인 고용보험기금이 줄줄 새고 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한 보험금을 적립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각종 지원금과 실업급여가 '눈먼 돈'으로 인식되면서 악용되는 사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뒤늦게 특별조사팀을 꾸리고 제도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짜서류에 '무방비'=부산시민들의 후원금을 기반으로 창단된 부산 을숙도교향악단은 채용단원을 고용지원센터에 구직등록을 시킨 뒤 실제 채용은 3개월이 지나서 했다.

구직등록 후 3개월 이상 취직이 안된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주에게 1년 동안 매달 15만~60만원이 지원되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타기 위해서였다. 부산오페라단도 마찬가지 수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두 악단이 2년간 불법으로 타간 장려금은 4억9000만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 고용지원센터 직원도 가담한 것이 확인돼 현재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데도 부산지방노동청은 지난해 11월 '고용보험기금을 지원해 청년실업 해소에 일조했다'는 자화자찬형 보도자료까지 냈다.

브로커로부터 가짜실업자 350여명을 모집해 10억5000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아 챙긴 실업급여 전문 사기단도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이같은 대형 사기사건 외에도 크고 작은 부정수급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확인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42억700만원에 부정수급자는 1만1754명에 달한다. 부정수급액은 2004년 37억2300만원, 2005년 38억4500만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고용보험 부정수급액은 52억원이나 된다. 드러나지 않은 부정수급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나가는 고용보험기금 규모는 훨씬 커진다.

고용보험기금 지원금이 사기의 대상이 된 데는 검증절차가 너무 허술한 데서 비롯된다. 일선 고용지원센터에서는 대부분 서류로만 지원금 지급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서류만 완벽하게 꾸미면 손쉽게 일을 벌일 수 있다.

이와 관련, 고용지원센터의 한 상담원은 "부족한 인원으로 하루에 수십명을 상담해야 하는 여건상 서류만으로는 가짜임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노동부, 외양간 고치기 나서=노동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올해를 '고용보험사업 내실화 원년'으로 삼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전국 6개 지방청에 특별조사팀을 설치해 7월 말까지 일정으로 지난 3년간 지급된 각종 지원금의 적정성 여부를 일제히 조사 중이다. 이를 통해 발견된 부정수급자에 대해서는 부정수급액의 2배를 반환받으면서 사안이 중할 경우 형사고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또 다음달까지 고용보험 지원금 지급요건과 부정수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종합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급여 수급자가 취업알선이나 직업훈련을 거부하면 실업급여를 감액 또는 지급 정지하고 고용촉진장려금을 부정수급할 때 고용보험법상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대책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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