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이내린 직업인가]"다른일 해보고 싶다" 대기업·은행 등으로 전직
'열풍'이라 할 만큼 공무원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조용히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은 외환위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란 책임공방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주우식 재경부 지역경제과장(행시 24회)이 삼성전자 이사(현재 부사장)로 옮길 때만 해도 공직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공무원은 '갑'(甲), 민간은 '을'(乙)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던 당시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안팎에서 '경제부총리감'으로 인정받던 변양호씨가 토종 사모펀드를 키우겠다고 사표를 던진 2005년 무렵 '공직 탈출'(엑소더스)은 절정에 달했다. 이후 매년 상당한 수의 공무원이 대기업, 은행, 증권사 등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왜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것일까. 이종건 한국투자증권 전무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행시 26회 출신인 이 전무는 지난해 초 20여년간 몸담아온 산업자원부를 떠나 '증권맨'으로 변신했다. 산자부 자본재산업총괄 과장에서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이 됐으니 인생항로가 180도 바뀐 셈이다.
"공직이 답답해서 떠난 것은 아니고, 하나의 직책(커리어)을 10년 이상 맡다보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행히 기회가 왔고, 옮기게 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한 전직 관료는 "아무래도 공직은 여러 가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답답한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보답이 큰 민간으로의 전직을 생각해보지 않은 공무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제적 요인이 전직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공무원으로 나랏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정말 컸다. 하지만 나이는 점점 들고 애들은 크고 교육비는 감당 못할 지경이고, 한 가장으로서 나를 돌아봤을 때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변명 같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수십년간의 공직경험이 민간기업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 상당수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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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교류 차원에서 법무법인 세종에서 1년간 근무한 고승범 전 금감위 감독정책과장은 "공무원들은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사물을 큰 틀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췄고, 문제 파악과 중장기적 해결방안을 찾는 훈련이 충실히 돼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간조직의 뚜렷한 목표의식과 치밀한 성과관리 등은 공직사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전직 관료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