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키 돌리면 전복, 10년 내다본 항해할 것"

"급격히 키 돌리면 전복, 10년 내다본 항해할 것"

오승주 기자
2007.07.04 10:43

[주가 2000시대, '큰 손'이 온다]오성근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지속적인 변신을 거듭할 것이다."

오성근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단호했다. 현재 채권 중심의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이 주식투자 등 고수익 자산 중심의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2005년 11월 기금운용본부장에 선임됐다. 국민연금 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80년대 초반부터. 1983년 영국 베어링스 운용에 연수생으로 1년 파견갔을 당시 베어링스 운용의 자산 대부분이 기업연금임을 깨닫고 '언젠가 한국에서도 연금을 운용할 기회를 갖게 되면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 한국운용과 동부운용 등을 거치며 25년간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진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 참여, 연간 200조원 이상을 주무르는 '큰 손'의 수장이 됐다.

"처음 운용본부장직을 맡았을 때 채권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포트폴리오를 어떤 방식으로 분산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질 공산이 큰 만큼 채권중심의 구조로는 연금도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죠. 과거 채권의 수익률이 높았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행 구조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공격적인 기금운용으로 자산가치를 늘려야 합니다."

오 본부장의 향후 기금운용 전략은 3가지로 압축된다.

주식투자와 같은 고수익 자산비중을 늘리고, 국내시장에서 탈피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아울러 아웃소싱을 통한 외부전문 기능을 넓혀 운용과 인력구조의 다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연금운용의 다변화는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자산 2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항공모함'에 비유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은 자칫 '항공모함'의 전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효율적인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인수합병(M&A)과 실물투자 비중 확대, 사회책임투자(SRI) 적극 추진 등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 논란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 본부장은 "대체투자의 일부분으로 조건만 맞으면 피할 이유가 없다"며 "단독 인수 또는 컨소시움 형태로도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력 운용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마다 직원 20여명을 기간을 정해 파견, 훈련시킨 뒤 자신감이 생기면 해외 현지에 운용사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도 구상중이다.

그는 지난 5월 직원 전체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국민연금의 '환골탈태'를 역설했다.

이 글에서 '규모만 크고 운용실적이 그에 못 미친다면 작은 아이가 어울리지 않게 큰 옷을 입고 있는 꼴이 돼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도 채권 비중 100%에서 현재 주식비중이 35%까지 늘어났습니다. 10년 걸렸습니다. 국민연금이 1%의 수익률을 높이면 2조원이 이익금으로 붙습니다. 한국은 10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합니다. 적어도 5~6년 안에는 분산투자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교체를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 높은 구조로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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