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版 자통법도 만들어야"

"은행·보험版 자통법도 만들어야"

김은령 기자
2007.07.03 16:45

자통법 주역, 최상목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인터뷰

자본시장에 '빅뱅'을 몰고 올 작품으로 평가받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무려 449개 조문짜리 법안이 이 사람의 손에서 태어났다. 바로 최상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증권제도과장 겸임)이다.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2년6개월이 걸린 '자통법 제정'의 대장정을 끝내며 그는 "대학 입시를 끝낸 수험생 기분"이라고 했다.

'재경부 최장수 과장'으로 불리며 2004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3개월 간 줄곧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을 맡은 것도 자통법 제정을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최 과장은 그러나 자통법 제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법으로 규제를 완화했다면 그것을 체감하게 하는 것은 감독"이라며 "2009년 자통법 시행 전까지 하위규정 마련과 함께 감독체계 개편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자통법을 모델로 보험법과 은행법도 정비해야한다”며 “보험법은 이미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은행법도 장기적으로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증권 뿐 아니라 은행 보험까지 총괄하는 금정과장 자리에 앉은 그이기에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 다음은 최 과장과의 일문일답.

- 자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감은

▶ 대학 입시를 막 끝낸 수험생같은 기분이다. 자통법 제정이라는 금융시장 선진화 작업에 참여했고 결실을 보게 됐다는 점에서 기쁘다. 지난해 2월 언론에 브리핑을 했을 때까지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양도 방대해 어려움이 많았다.

- 자통법 제정까지 큰 고비가 있었다면

▶ 2005년 1월 처음 방향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저 막막했다. 첫번째 고비라고 생각한다. 그 후 6개월 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자료 조사를 하고 준비를 해 나가면서 "이거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또 2006년 6월 입법예고를 위해 관계부처와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부처 간 이견이 많았다. 합의가 쉽지 않아 국무회의 통과에 난항을 겪었던 것이 두번째 고비였던 것 같다. 세번째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지급결제 때문에 한국은행과 이견이 일어났을 때다. 국회 안에서 반대 목소리도 커지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지급결제를 합의했을 때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정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자통법을 준비할 때 일본도 금융통합법인 '금융상품거래법'을 만들고 있었다. 일본의 법 내용을 참고하고 싶어 제정 작업에 참여한 도쿄대 교수를 몇 차례 만나고 일본 금융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포르 홍콩 독일 프랑스 등 7개 국가의 관련법을 모조리 찾아보고 공부했다.

당시 일본은 '라이브도어' 사건이 일어나자 법 제정을 서둘러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은행·보험은 제외되고 투기성 있는 금융상품만 규제하는 것으로 한정됐다. 당초 계획보다 통합 범위가 준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용면에서는 일본의 법보다 자통법이 더 충실하다고 본다. 실제 자통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 일본 금융청 연구원에서 우리 법을 참고하기 위해 재경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 여전히 비판적이거나 우려하는 시각도 많은데.

▶ 우선은 은행이나 보험쪽에 비해 증권사들이 얻는 것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다. 은행·보험은 불리하다는 것인데, 현재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가 은행·보험 쪽보다 많다. 자통법이 오히려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크게는 금융 인프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은행·보험도 혜택 받는 부분이 있다.

두번째는 소위 말하는 '윔블던 효과'다. 1980년대 영국 빅뱅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은 법 정비와 함께 외국인 소유제한 30% 규정을 없애며 개방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자통법과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은 이미 개방된 상태다.

물론 규제를 없애는 것이 경쟁력이 있는 외국계 금융사에 단기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다. 동일하게 규제를 없애는 것은 국내 금융기관을 경쟁에 노출시켜 경쟁력을 키우는 정공법일 수 있다.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 정도라고 생각한다. 또 법 시행까지 준비기간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 자통법이 가져다 줄 중요한 효과만 짚어본다면

▶첫번째는 투자자보호다. 자본시장에는 위험한 상품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는 투자자보호 규칙을 지키는 금융투자회사에는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고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통법은 업계에 백지를 가져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명암이나 구도, 색상까지 정부가 다 정해줬지만 이제는 업계가 알아서 그려야 한다. 다만 투자자 측면에서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정확히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앞으로 할 일이 남았다면

▶2009년 시행 전까지 하위규정을 만들고 감독을 해야한다. 1단계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 2단계는 감독하는 부분이다. 법으로 규제 완화를 했다면 그것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 감독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과 TF를 구성해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감독체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다.

자통법을 모델로 보험법과 은행법도 정비해야한다. 보험법은 이미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은행법도 장기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증권제도과장으로 있으면서 '재경부 최장수 과장'으로 불렸다. 그 자리에서 있으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느낀 것이 있다면

▶ 2004년 3월 부임했을때 863이었던 코스피지수가 1700대까지 2배로 올랐다. 운이 좋았다. 시장부양대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제도를 준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시장이 좋을 때 증권제도과장을 맡은 덕이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리 변한다. 또 시장은 증권산업보다도 빨리 변한다. 이런 부분은 증권사들이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금융이 발전해야 하고 특히 자본시장 산업이 첨병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실물 지원뿐 아니라 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 최상목 과장 약력

△서울대 법대 졸업 △재경부 국제금융국, 경제정책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견 △재경부 증권제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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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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