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소신과 타협의 1년

권오규 부총리, 소신과 타협의 1년

이상배 기자
2007.07.16 08:24

'부동산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업환경개선대책'

오는 18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최근 권 부총리는 측근들 앞에서 자신의 임기 중 '3대 성과'를 이렇게 꼽았다. 실제로 이 3가지 모두에 권 부총리의 손 때가 짙게 배어있다.

동시에 여기에는 '시장주의적 개방론자', 그리고 정치 논리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무직 관료'라는 권 부총리의 '두 가지' 모순된 모습이 오롯이 녹아있다.

지난 1년간 정통 경제관료의 소신과 정치 논리와의 타협 사이에서 권 부총리가 겪었을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의 어느 날. 전병조 당시 재경부 지역경제정책과장(현 해양수산부 국제기획관)이 두툼한 '기업환경개선대책 초안'을 들고 권 부총리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백여가지 후보안이 담긴 자료를 내밀며 전 과장은 "이 가운데 어느 정도를 추려서 방안을 만들까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권 부총리의 대답은 "할 수 있는 한 다 해보지".

지난해 9월말 발표된 '1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이 무려 115개 과제를 아우르는 '대형 작품'으로 탄생한 배경은 이랬다. 취임 초부터 세계은행의 '두잉비즈니스'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다"며 입버릇처럼 되뇌인 권 부총리였다. "규제를 풀어야 기업이 살고, 경제가 산다"는 소신에 바탕을 둔 얘기였다.

그의 이런 소신은 '1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으로 시작해 '1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2006년 12월),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2007년 6월), 이달말 나올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실무자 선에서 부처 간 합의가 쉽지 않을 때는 지원사격도 마다 하지 않았다. 지난달말 나온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의 하이닉스 이천공장 구리공정 허용에도 권 부총리의 후방 지원이 한몫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였다. 전임 한덕수 부총리(현 국무총리)가 '테입'을 끊은 사안이었지만, 마무리는 권 부총리의 몫이었다.

3월말 최종 협상 때에는 재경부에 '총동원령'을 내리고, FTA 지원에 올인했다. 협상 막바지에 정부 내에서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걸리자, 이른 아침 각 부처 장관들을 모아놓고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권 부총리였다.

반면 부동산 대책은 권 부총리 스스로 시장주의자로서의 소신을 포기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취임 직전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영업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반대했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권 부총리는 불과 6개월 뒤 정부 정책으로 수용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방안을 마련한 만큼 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은 낮다"는 정당화 논리를 내세웠다. "지금은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할 수 없게 됐다"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한 권 부총리였지만, 올 2월에는 "이자제한법 부활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권 부총리는 "현장조사 결과, 지속적으로 과도한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고 나선 것 역시 권오규 경제팀이 낳은 또 하나의 '반(反) 시장적' 정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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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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