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서비스시장 개방폭이 쟁점"

"제조업·서비스시장 개방폭이 쟁점"

브뤼셀=김익태 기자
2007.07.16 18:57

한-EU FTA 2차 협상 첫날‥양측 비관세장벽 완화 압박

제2차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16일 오전 9시40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시작됐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와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기념촬영을 시작으로 양측은 20일까지 5일간 개방폭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예정이다.

협상 첫날에는 상품·서비스/투자·규제이슈 분과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갔다. 상품 분과에서는 관세·비관세·통관·위생검역조치(SPS) 등이 다뤄지고 규제이슈 분과에서는 경쟁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한수 수석대표(왼쪽)가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와 익삭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한수 수석대표(왼쪽)가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와 익삭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조업 개방폭이 쟁점= EU의 평균 관세율은 4.2%로 미국 3.2%보다 높다.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11.2%다. 양측의 수입관세율이 모두 높기 때문에 인하폭과 방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자동차·전기전자·기계·섬유·의류·농산물 등 주요 관심품목의 관세를 어느 정도 낮추느냐가 쟁점이다.

EU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10%) 일부 가전제품 상기기(14%) 섬유·의류(12

%)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평판디스플레이·영상기기 등 세 품목이 대(對) EU 수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관세철폐로 누릴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2차 협상 직전 EU측은 공산품과 농·수산물 등 모든 상품분야에서 최장 7년 내에 모든 관세를 없애겠다는 예상 밖의 개방안을 제시했다. '즉시' 또는 '3년 내' 철폐하겠다는 비율이 품목기준으로 95%, 수입액 기준으로 80% 수준에 달했다.

반면 우리측은 쌀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조기철폐 비율이 품목수 기준 80%, 교역액 기준 60% 정도로 EU측에 비해 15~20%포인트 낮은 개방수준을 제시했다.

협상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자동차·섬유 관세철폐를 놓고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였던 한·미 FTA협상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공산품 중에서도 자동차가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공세적 개방안을 제시한 것과 달리 EU는 자동차 만큼은 '최대한 빠른 기간내'에 철폐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제시할 만큼 조심스런 입장이다.

EU측은 자동차·기계·의약품(각 8%) 등의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위스키

(20%) 와인(15%) 등 가공농산물의 경우 시장개방 압력을 강하게 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의 경우 이례적으로 우리측 민감 품목을 고려함은 물론 개방예외 등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공농산물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양측, 비관세장벽 완화 압박=양측 모두 상대방에 상당폭의 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술장벽(TBT)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분야다. 불필요한 제품 검사, 인증 및 적합성 평가 등이 모두 기술장벽으로 제기될 공산이 크다.

EU측은 우리의 자동차 배출가스제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의약품 등 불필요한 시험·인증절차에 대한 처리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측 역시 전기·전자 제품 폐기물 제도, 유해물질사용 제한 등 환경규제와 EU 각 회원국 간 상이한 표준·시험 및 인증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EU측은 이번 협상에서 제조자적합성선언, 모범규제관행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측은 상호인정협상(MRA) 추진 근거, 환경규제 협력, 협의채널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무역구제조치 역시 우리측이 중요하게 여기는 비과세장벽 분야 중 하나다. EU가 반덤핑관세·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를 자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제로잉(Zeroing, 덤핑마진 계산시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높은 경우 마이너스(0)로 처리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 금지 △최소부과 원칙(덤핑마진과 피해마진 중 액수가 작은 것만큼만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 적용 △공익조항 등을 협정문에 포함시킬 것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EU측이 "검토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우리측 요구안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EU 각 회원국들간 상이한 세관행정에 대한 이의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협상 결과 원산지 판정, 통관 소요시간 등 일부 핵심 쟁점을 제외하고 EU측은 우리측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산지 규정은 우리측이 요구하는 역외가공 방식을 EU가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역외가공을 EU가 수용해야 한다.

◆韓 서비스 시장 개방에 '초점'= 서비스는 EU가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다. EU는 공공·의료·교육·시청각 서비스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비스 분야를 개방했다. 따라서 우리측 개방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크다.

EU는 외국인 지분제한, 차별적 등록·승인요건 등의 금융은 물론 통신·운송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서비스 분야는 3단계에 걸쳐 개방키로 한 한-미 FTA 수준을 넘어선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일단 EU는 서비스 분야에서 부드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열거된 것만 개방하는 포지티브(Positive)방식을 도입, 무차별적인 개방 대신 제한적 개방을 선택했다.

한-미 FTA 협상에서 막판 진통을 겪었던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우리측은 전문직 자격증 상호 인정 뿐 아니라 금융기관 고위 임원의 국적제한 철폐 등에 협상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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