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믿을건 '애국심' 뿐?

[기자수첩]믿을건 '애국심' 뿐?

김은령 기자
2007.07.20 08:55

"민간의 연봉과는 비교가 안되죠. 돈 벌려면 공사 쪽으로 오겠어요?" 20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에서 10억달러를 직접 운용할 계획인 KIC는 인력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를 영입하려 해도 연봉이 민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 관계자는 "서명 직전에 연봉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며 "연봉 상한선을 정한 규정 때문"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국내에는 해외 자산운용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데, 줄 수 있는 연봉도 높지 않으니 '최고급 전문가'를 영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게다가 연봉이 드러나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연봉 공개에 민감한 해외 인력의 유치는 꿈도 못 꿀 판이다.

자산 200조원의 '큰 손'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는다. 오히려 연봉에 대한 규정은 KIC보다 더 까다롭다. 연봉은 유인책이 안 되니 다른 것으로 호소할 수 밖에 없다. '회전문 효과' 정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굴리는 자금의 규모가 크다 보니 국민연금을 거치면 나중에 민간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다"며 "연봉은 낮아도 미래의 몸값을 생각해 오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전문 효과'마저 기대하기 힘든 자리라면 어떨까? 정부가 선진국의 금융제도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영입하려고 하는 월가 출신의 자문관이 그 예다.

정부가 만든 자리에 연봉이 높을리 만무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돈 보고 오려고 하겠냐"며 "애국심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자조했다.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는 '국민의 돈'을 굴리고, 국내 금융제도에 대해 책임지고 자문할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애국심'과 '회전문 효과'가 과연 충분한 유인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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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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