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에서 음악이 멈춘다는 것, 유동성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의미다. 음악이 잘 연주되는한 당신은 일어나 춤을 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프린스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는 '음악'이 멈춘다면 이 시장은 어떻게 될까.
유동성이 연일 팽창하는 상황에서 왜 금융기관은 음악을 경청해야하는가.
FT 칼럼리스트 헨리 카우프만은 그 이유를 유동성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차 대전 이전 유동성은 대체로 자산에 토대를 둔 개념이었다. 기업에게는 현금과 유동성 자산의 크기였다. 재고, 미수금 그리고 부채와의 관계 등이 중요했다. 가계입장에서도 당장 손에 질 수 있는 금융자산을 주로 뜻했다.
그러나 요즘 유동성 개념은 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그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영역이 급속히 확대된 것.
오늘날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의 자산을 고려할 때 부채와 연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돈 못지않게 신용이 중요한 것이다. 부채와 뗄 수 없는 개념인 신용이 유동성 측면에서 부각됨에 따라 현대 금융기관은 유동성을 항상 주의깊게 살펴야하는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개념은 여러 구조적인 변화에 의해 강화됐다. 먼저 최근 금융시장의 큰 축인 증권화라를 들 수 있다.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는 자산을 대규모로 거래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능력(증권화)은 금융 자산이나 투자자들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증권화를 통해 투자자와 대여자의 굴레 갇혀있던 많은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 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의 급격한 증가는 위험에 대한 수요를 자극했고 유동성의 전통적인 개념을 허물었다. 나아가 신용이 항상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고취시켰다.
기술적인 변화도 신용거래를 보다 쉽게 했다. 글로벌 시장이 정보화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금융정보가 실시간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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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매매가 확산됐고 거래는 지체없이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실시간 금융 데이터에 접근하며 세계 시장에 실시간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신용시장이 거의 완벽한 정보를 통해 항상 이용가능하다는 개념을 강화시켰다.
증권화와 불평등 없는 시장접근성은 정교한 계량적 위험 측정 모델을 가져왔다. 증권화로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정보기술은 가격과 위험 관계를 양적으로 측정하게되는 것이다. 정교한 모델링 기술과 파워풀한 컴퓨터 그리고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시장 데이터를 보유한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과학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꿈을 갖게됐다. 그러나 이런 모델링은 투자자들을 속이는 펀더멘털을 끊임없이 다뤄야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대형 금융기관은 누구도 유동성이라는 음악이 연주되는한 절정에 있는 댄스 홀에서 내려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리 댄스를 멈추는 것은 경쟁자에 막대한 이익의 기회를 넘기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그래서 위험관리 시스템에 의존하고 이 시스템의 판단과 이유를 존중한다. 나아가 위험을 측정하는 모델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것을 시장에 의존하려는 관행은 감춰진 위험을 광대한 증권의 흐름에 던지는 꼴이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위험의 실체를 알아볼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이는 가치를 과대평가하게 하고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온다.
오늘날 풍부한 유동성은 다양한 단기 이익 기회를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용의 질이 갈수록 떨어진다면 압력은 현재의 유동성 개념이 허용하지 않는 차원으로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즐거운 유동성의 춤을 멈추고 우울한 행진을 하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