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진보학자…심평원 개혁 호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잘 아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한번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 이름을 접해봤을 것이다.
병·의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비를 올바르게 청구했는지를 가리는게 심평원의 주 업무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진료비를 받았다거나, 건강보험 적용 항목을 부풀리고 속인 경우 심평원의 레이더망이 작동된다. 제약업체가 만든 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타당성 여부도 심평원에서 평가한다.
적발된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에 통보돼 부당진료비 환수 및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로 '의료계의 경찰'로 불리는 이유다.
김창엽 원장(47)은 이런 심평원의 4대 원장으로 지난해 7월말부터 일하고 있다. 관료가 아닌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다. 1995년부터 서울대 보건대 교수로 강단에 서다 자리를 옮겼다.

김 원장은 의료 현장보다는 보건의료 관련 정책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학계에서 의료제도의 과감한 개혁을 줄곧 요구해와 진보적인 성향의 학자로 분류된다. 그의 업무스타일도 이전 원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낼 정도로 개혁적이다. 인심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외모와는 딴판이라는게 심평원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강단에 있을 때의 소신처럼 1700여명의 심평원 직원들에게는 적극성으로 무장할 것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공조직의 특성으로 치부돼 느슨했던 분위기도 업무성과 위주로 재편하고 본인부터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다.
심평원의 한 직원은 "김 원장이 부임한 뒤로 업무가 많아지고 바빠졌다. 활기있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의 채찍질 덕분에 심평원은 공공기관 평가에서 경영부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 원장이 2주에 한번꼴로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쪽지편지'에는 그의 고민과 조직이 나갈 방향성이 담겨져 있다. 그는 최근 보낸 '쪽지편지'에서 "지난 1년간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불편하지만 이 질문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 국민에게 가치있는 일을 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중단없는 조직개혁을 선언했다. 남은 임기동안 교수 출신 원장의 실험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에 주목이 갈 수 밖에 없다.
◇약력 △대구 대건고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대 보건학 박사 △서울대 의대 교수 △사회보장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