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행과 투자의 정석

[기고]유행과 투자의 정석

정벤윤 NH투자증권 이사
2007.08.13 12:50

한국 금융시장으로 돌아온 지난 3년 동안 자산관리와 금융상품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개인의 자산관리와 금융상품이 화두가 되는 현상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지구촌 어느 금융기관이건 두 단어와 관련된 사업부문의 정착 및 확대를 위해 애쓰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부터 초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푼이라도 더 벌고 모으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자산관리 및 금융상품 관련 사업부문을 중시하는 현상 또한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를 할 때는 위험은 피하고 수익은 높이고 싶다는 공통된 소망으로 시작한다. 결국 금융 기관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것은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며, 금융 상품은 바로 자산관리 도구에 해당될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지금까지 발견된 자산관리 방법 중 가장 광범위하게 검증된 것은 장기투자와 분산 투자이다.

어렸을 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푼 두 푼 저축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투자가들은 은행의 원금 보장과 한정된 이자의 저축보다는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의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펀드 광풍이라고 표현될 만큼 몰려드는 펀드 가입 고객 수와 물량의 증가가 단적인 증거다.

그런데 문제는 펀드 가입에서부터 해지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기간을 구분할 때 5년까지를 단기, 5년에서 10년을 중기, 10년 이상을 장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3년 이상의 금융상품을 소개하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너무 길다고 손을 내젓는다. 심지어는 주식 갈아타듯이 펀드를 교체하는 사람도 있다. 펀드란 운용사가 뚜렷한 철학과 고집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일관되게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워렌 버핏의 펀드를 보라. 수 십년 동안 고집스럽게 펀더멘탈 중심의 운용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투자가들은 돈을 맡긴 후 결과를 채점해야 한다. 벌써 한국에는 만개가 넘는 펀드들이 시장을 돌아 다니고 있고 사멸되어지는 펀드들도 부지기 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원칙이란 운용하는 사람이건 판매하는 사람이건 돈을 맡기는 사람이건 조바심을 내지 말고 길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투자의 유행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어느 투자 대상이 수익률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떼를 지어 몰려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펀드가 좋다는 입 소문에 너도 나도 펀드를 샀다. 같은 방향으로 헷징을 하는 ELS는 또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 오늘은 이 펀드로 내일은 저 펀드로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역별로 투자 대상별로 시간차로 분산투자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바꾸어 말하면 합리적인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없었다.

위험은 전혀 안지 않고 그저 확정 이자만 받으려했던 구태의연한 자산관리에서 탈피해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경쟁에 참여하겠다는 투자 마인드의 정립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여기에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는 합리적인 투자 원칙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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