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예상대로 화끈했다.
'최고의 승부사' 노무현 대통령과 '광폭정치'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로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허심탄회한 대화와 집요한 설득으로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측이 제1의 가치로 삼는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기꺼이 수용한 결과, 한반도 냉전체제를 마무리하고 남북이 함께 잘사는 진정한 의미의 남북협력시대를 선도할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것이다.
먼저 이번 회담은 남북간 당사자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북측은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에 동의함으로써 휴전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측의 당사자 자격을 거부해 온 입장을 철회했다. 더욱이 이는 지난해 하노이 APEC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이래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의 공조가 거둔 최대 성과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합의는 남북경제의 전면적 동반자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그동안 '실험'과 '시범'의 영역에 머물던 경협사업들이 민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경협의 상징이 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설치, 중국대륙철도(CT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결을 통해 북방경제시대를 이끌어 줄 개성-신의주 철도의 공동 이용, 세계 1위 조선사업의 지속 성장을 보장할 안변·남포의 조선협력단지 건설, 통행·통신·통관의 3통 문제 해결 등은 중국과 베트남으로 밀려나고 있는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가 세계시장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어 향후의 통일비용을 절감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한편 합의의 이면에는 남측의 지원을 체제유지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여겨왔던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이 존재한다.
북핵개발 논란과 '신의주특구'의 무산, 북한경제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침투 등에서 드러난 중국의 대국주의는 결국 남측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식 발전모델 개발이라는 국가적 선택을 이끌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비전과 전략이다. 그동안의 '지원과 협력'에서 '상호 이익과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을 한반도로 모아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한다'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을 경제협력의 제1원칙으로 공식화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퍼주기' 논란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현실을 인정한 가운데 공동 발전의 목표를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해 줄 것이다. 유무상통의 원칙은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역지사지의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자, 남과 북이 어울려 살아갈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 민족의 약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