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상품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명세를 타는 상품들은 어떤 내용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생소한 상품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심리다. 하지만 재무설계 전문가의 입장은 다르다.
상품들은 재무 목표에 소요되는 자금 규모와 시기를 우선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재무설계의 컨셉이 정해지고 난 후 그것에 가장 알맞는 상품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를 잘 비유할 수 있는 예가 있다.
옛날 화려하기로 소문난 왕궁에 벽과 기둥 그리고, 벽화까지 금으로 도색되어 있었다. 또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그릇조차 모두 금과 은으로 만들어졌지만 오직 포도주가 담긴 항아리만큼은 볼품 없는 흙항아리였다. 왕궁 방문자가 의아해하며 왜 포도주를 저렇게 볼품없는 흙항아리에 담아 두는냐고 왕에게 물었다.
그러자 왕은 "포도주가 금 항아리에 담겼다면 그 포도주는 맛이 변해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포도주는 흙항아리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맛을 가장 좋게 한다는 것이다. 방문자는 그때 깨우침을 얻었다.
그릇의 겉모양이 화려하고 좋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내용물까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빠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릇의 형식보다는 그 속에 담긴 내용물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그 그릇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학에게 쟁반에 먹이를 주면 먹지 못한다. 여우에게 호리병에 먹이를 담아 주면 먹지 못한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상품에 가입해야 효과를 얻는다. 20년 이상 준비해야 할 은퇴 자금을 1년 만기 적금이나 적립식 펀드에 들어 해결하고자 한다면 부리가 긴 학에게 쟁반에 먹이를 담아 주는 것과 같다.
3년 후 결혼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변액보험을 가입하라고 한다면 부리가 짧은 여우에게 긴 호리병에 먹이를 담아 주는 것과 같다. 변액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는 자신의 실적을 위해 잘못된 그릇을 추천한 상품 판매자들 때문이다.
흙항아리에 담긴 포도주가 가장 맛있을 수 있듯 금융상품도 화려하지 않고 볼품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선 효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