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가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현물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두바이 원유도 배럴당 83달러를 넘어 올들어 40% 이상 가격이 올랐다. 과거 70년대 고유가 현상이 공급부족으로 일어난 반면, 최근 유가 상승은 타이트한 수급상황외에도 중동 등 산유국의 국제정세 불안과 달러약세,과잉 유동성에 의한 투기자금의 석유시장 유입 등 금융시장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내재돼 있어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수단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자 경기침체와 성장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우리 경제의 규모도 커지고 산업구조나 석유소비 형태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아직 유가가 우리 경제운용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80년초 석유소비 비중은 전체 에너지의 61%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44% 수준으로 낮아졌고 IT,반도체 및 서비스업 비중도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경제구조 변화로 금년 들어 하반기에 70달러 이상의 유가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물가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되지는 않았다. 최근 발표된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고유가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은 5%대, 선진국도 2.5% 수준으로 제시했다. 또 유가상승으로 인한 물가압력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무역자유화의 영향으로 개도국의 저가 생필품들이 선진국에 수입됨으로써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었고,세계화로 인한 자본자유화로 각국이 환율 및 금리정책을 통하여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경제가 내년 초까지 2%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겨울철 난방유 수요증가와 함께 WTI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불안이 악화돼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의 공급중단사태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13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높다. 물론 미국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되고 겨울철 날씨도 온화해진다면 유가는 7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국제석유워크숍에서 IEA 석유사업본부장인 로랜스 이글스는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연료와 오일샌드 등 새로운 연료의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OPEC 산유국의 공급능력 위축,투자부진에 따른 OPEC 여유생산능력 제한 등으로 현재의 타이트한 공급여건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유가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간에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항상 유가불안을 대비해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유류세 인하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지속돼온 구조적인 유가상승하에서는 단기 대비책으로 고유가 불안을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유가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금년 1∼7월까지 휘발유 소비는 5.2%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수송용 석유의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것을 반영해주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기술을 촉진시키며 해외자원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대책들이다. 우리 경제가 고유가불안을 극복하는 길은 이러한 장기 대책들을 얼마나 꾸준하게 지속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