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논어 이야기]用之則行, 舍之則藏
예전에 어느 교육부총리의 사퇴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한 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쪽도 일리가 있고 물러날 수 없다는 쪽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더욱 혼란을 부채질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공자가 제자 안회에게 했던 진퇴문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논어에서 찾아보자.
"용지즉행(用之則行) 사지즉장(舍之則藏) : 세상에 쓰인다면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고, 버려진다면 자신의 재능을 감출 수 있어야 한다."
공자는 이런 태도를 실천할 사람은 아마도 공자 자신과 수제자인 안회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제자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를 표현하였다.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한 최선을 다해 그 사명을 감당하는 용지즉행(用之則行)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천직으로 알고 성심으로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자리에 연연해하지 말고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지즉장(舍之則藏)의 철학이 요구된다. 특히 공직자의 경우 용지즉행(用之則行)과 사지즉장(舍之則藏)의 가치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선 중종 때 유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은 세자 인종의 사부였다. 선생은 강직하기로 유명했다. 중종이 조광조를 죽음으로 내몬 을묘사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광조의 복권을 주장하는 상소문을 올릴 만큼 결연함을 보여주었다. 선생의 용기로 인해 당시 을묘사화의 여파로 숨죽이고 있던 선비들이 과감하게 일어나 임금에게 직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인종이 왕위에 오른 지 8개월만에 승하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 전남 장성군에 내려와 후학을 양성했다. 선생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불렀을 때 용지즉행(用之則行)의 자세를 보여주었고 인종이 죽자 자신의 마음을 청상과부의 심정에 비유하여 더 이상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후진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여 스스로 사지즉장(舍之則藏)의 삶을 살았다. 호남의 유림들은 선생의 선비정신을 기리기 위해 필암서원을 설립했고 이 서원은 호남유림의 본산이 되었다.
오늘날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진퇴 문제는 늘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마도 직장에서 은퇴를 하는 경우가 용지즉행(用之則行)과 사지즉장(舍之則藏)을 경험하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55세나 65세가 되어 직장에서 은퇴하면 현직을 떠나게 되어 사지즉장(舍之則藏)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사지즉장(舍之則藏)은 또 다른 용지즉행(用之則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는 가장 인기가 없고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 해비타트 운동을 시작하여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전도사가 되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퇴임 이후에 더 유명해지고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용지즉행(用之則行)이라면 휴가를 받아 가족과 함께 휴식하면서 봉사하는 것은 사지즉장(舍之則藏)이라 할 수 있다. 또 평일에 열심히 일하는 것은 용지즉행(用之則行)이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것은 사지즉장(舍之則藏)이라고 약간 비약적으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용지즉행(用之則行)과 사지즉장(舍之則藏)이 일생에 한 번만 발생하는 일회적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언제든 어느 곳에서든 용지즉행(用之則行)과 사지즉장(舍之則藏)을 통해 진퇴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보람 있고 여유 있는 삶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