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 논쟁의 중심에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영어교육 문제다. 인수위가 주장하는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학교 교육만 받고도 국민 누구나가 생활영어쯤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우선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종합해보면 선진화를 앞당기고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는 논리다. 우리가 당면한 지정학적, 경제적 샌드위치 신세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중국과 일본보다 앞선 개방을 실시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과학기술, 금융, 의료 및 인터넷의 영어는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고, 글로벌 시대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 이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중심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는 절박함을 강조한다. 한 예로 가수 박진영의 눈부신 성공이 영어가 자유롭지 않았다면 가당키나 했을 일이냐며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영어 교육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려하는 사람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말은 소통의 수단이다. 영어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될 뿐이지 목적일 수는 없다. 영어는 경쟁력을 갖기 위한 도구지 경쟁력 그 자체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부랑아나 거지도 영어는 잘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유창하게 영어를 해도 지식과 교양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그건 말이 아니다. 우리의 중등, 고등학교 과정은 개인의 정체성을 찾고 생각을 넓히고 필요한 지식을 쌓아야 하는 중요한 단계다. 영어에 ‘몰입’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되는 시기다.
영어교육시 학생들의 각기 다른 이해 수준차이 극복도 문제이다. 우리 말로 수업을 해도 각기 이해수준이 다른데 영어로 진행을 한다면 이해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교육비도 문제다. 인수위는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이 정책이 나오자 마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우리가 영어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적게 잡아도 4조원. 학원에 갈 나이가 안되는 유치원 교육, 영어를 위한 연수비용과, 유학 관련 비용까지 계산하면 연간 15조원에 이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돈 있는 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들고 돈 없는 부모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사교육 시장은 웃고 부모의 부에 따라 이미 만들어진 영어 계층화는 한층 강화될 것을 우려한다.
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리고 온 국민이 일정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게 하자는 인수위의 목표에는 동의한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영어를 대하는 방식이 문제다. 앞서 밝혔듯이 영어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온 국민이 영어 스트레스를 갖지 않고, 진정한 국가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좀더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제의 핵심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