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산은+기은+우리금융 통합땐 세계30위권 가능
'메가뱅크'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소유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를 하나로 묶는 이 방안은 최근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때 '유보'에서 '재검토'로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모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도 작용했다.
'메가뱅크'론은 산업은행 민영화 자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여전히 사고 있지만 은행업 '판'을 흔들 위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왜 '메가뱅크'인가='메가뱅크' 방안이 처음 제기된 것은 올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였다. 당시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매각을 추진중인데 산업은행까지 내다팔 경우 전체 매각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을 합한 뒤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에 우리투자증권까지 합병할 경우 초대형 규모의 최강 투자은행(IB)이 탄생한다"며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우리나라도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어 아시아의 맹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수위에서 이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으나 금융당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덩치가 커지면 매각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메가뱅크'의 핵심 논리는 규모의 경쟁력이다. 올 초 인수위에 참여한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자산 300조원도 적고 최소 400조원은 돼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M&A) 전략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서도 충분한 시가총액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0조원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에 우리금융 기업은행까지 합한다면 자산총액은 534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메가뱅크'가 출현하면 국민·신한·하나은행 모두 재차 M&A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도 부상='메가뱅크' 방안이 채택되면 우리금융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을 자회사 형태로 인수·통합한 후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매각) 협상 부담이 줄고 초대형 금융기관 탄생에 따른 가격메리트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부가 대주주여서 사업중복에 따른 교통정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경우 기업은행은 우리은행과, 산업은행IB·대우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 각각 통합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물론 이 과정 없이 국책은행들의 지분만 묶어 파는 단순한 '패키지 딜'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자가 지분을 재매각할 경우 '메가뱅크'가 해체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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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이 타은행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총 11조원으로 '메가뱅크' 추진을 위한 충분한 동력을 갖고 있다. 현금으로 3조원을 투입하고 부채를 통해 8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인수대상 기관의 시가총액은 기업은행 6조원(기획재정부 지분율 57.7%) 대우증권 4조1000억원(산업은행 36.3%) 산업은행IB부문 1조~3조원(비상장) 등이다.
◇재정부·금융위 시각차=금융위는 신속한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대형화(메가뱅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위가 선호하는 개별 민영화 방식은 신속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특히 한국투자펀드(KIF) 설립과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국책과제들이 민영화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민영화가 늦어지면 이들 국책과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위가 신속함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가뱅크' 방안 역시 금융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쉽게 버리기 힘든 카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그에 걸맞은 '덩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4월중 함께 논의하자"는 선에서 아직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