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UBS와 스위스인의 분노

[기자수첩]UBS와 스위스인의 분노

박성희 기자
2008.05.06 16:02

"UBS에 돈 받으러 오셨나요?"

지난 주 UBS 본사 취재를 위해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을 때 입국 심사대에서 던진 말이다. 한국 기자단을 마중나온 현지 가이드도 'UBS' 피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적잖이 따가웠다고 토로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38조원을 상각한 UBS에 대한 현지인들의 실망과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히 주가가 반토막 났다는 데 있지 않았다. 모든 스위스인들이 UBS 부실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UBS는 스위스 경제의 상징이자 스위스인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UBS는 프라이빗뱅킹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세계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굳혀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같은 '국민의 은행'이 바다 건너 미국에 어떻게 투자했기에 세계금융시장에서 불명예를 안게 됐는지, 내부 손실이 4조4000억원으로 불어날 때까지 왜 솔직히 털어놓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프랑스의 저명한 출판·문화 주간지인 '리브르 에브도'(Libres Hebdo)는 "UBS 간부들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투자해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카지노에서 노는 수준의 행동이었다"고 혹평한 것도 봤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투자은행으로서는 스위스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셈이다.

그렇다고 UBS를 향해 냉소와 비난만 들끓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주주총회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주들이 지난 달 주총 때 회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몰렸고, 새 경영진은 공격적인 행보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이들이 늘면서 추가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골이 깊으면 반등의 폭도 크다. UBS가 서브프라임이라는 위기를 발판 삼아 내실을 탄탄히 다진다면 이는 분명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