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사가 나가면 대통령께서 뭐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얼마전 비판적인 기사를 쓴 직후 정부 고위 인사에게 들은 하소연이다.
"청와대에서 아직 답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민감한 사안을 질문할 때면 으레 돌아오는 답이다.
국민보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청와대에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이것이 2008년 5월 우리나라 공무원의 자화상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인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재신임을 이유로 사실상 공공기관장의 일괄사표를 요구했다. 이를 바라본 공무원들의 머리 속엔 언제든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는 위험이 각인됐다.
그 직후 고위 공직자의 재산이 공개됐다. '땅투기 의혹'이 일어도,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저질렀어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바라본 공무원들은 어느덧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인사원칙을 잊어가고 있다. 공무원들이 칼을 쥐어준 국민보다 칼을 쥔 대통령만 바라보는 이유다.
망각의 효과는 너무나도 빨리 나타나고 있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신고한 학생을 수업시간에 불러내 조사하는 경찰관이 생겼고, 교감선생님까지 학교가 아닌 청계천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일련의 사건이 대통령의 뜻과 정반대라는 것도 의심치 않는다.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통령 아닌가.
불신임받은 공공기관장의 후임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문제가 여기서 출발했듯 답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우고 적임자를 뽑는다면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러면 늘 그랬던 것처럼 공직자들은 다시 국민을 섬기지 않을까. 다만 서둘러야 한다. 그들이 국민을 완전히 잊어버리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