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설화수 신화'의 산실을 가다

5000억 '설화수 신화'의 산실을 가다

용인(경기)=박희진 기자
2008.05.23 09:57

[르포] '한방화장품 성공 주역'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올해 매출 5000억원 돌파가 예상되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6조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일 브랜드 하나가 거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수입 브랜드 일색인 백화점에서도 단일 브랜드 매출 1위를 지키며 '메이드인 코리아'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명품 한방화장품으로 불리는아모레퍼시픽(142,600원 ▲5,400 +3.94%)의 '설화수(雪花秀)'가 그 주인공.

외제 화장품이 득세하고 브랜드도 영어이름이 대부분이었던 97년 이름도 생소한 설화수가 등장했을 때 국내 업계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 설화수는 화장품 업계의 '신화'가 됐다.

설화수 신화의 원동력은 바로 기술력. 한방과 첨단과학 접목으로 설화수 신화를 일궈낸 주역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설화수 원료 추출 실험
↑설화수 원료 추출 실험

◇100% 국산만 고집..한방원료 찾아 방방곡곡=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기술연구원. 연구 인력만 340명에 달하는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대규모 R&D 센터다.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브랜드가 이곳을 거쳐 태어난다.

설화수는 한방화장품연구팀, 한방과학연구팀에서 맡는다. 한방과학연구팀은 원료를 개발하고 한방화장품연구팀은 효능이 입증된 원료를 바탕으로 상품화하는 곳. 이곳 연구원이 생각하는 한방화장품의 정의는 뭘까.

"한의학을 근간으로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한 화장품입니다. 동의보감 등 한의서를 바탕으로 한약재를 가공, 화장품에 적용합니다. 원료, 조합은 물론 효능 입증이 중요해요. 설화수가 여타 한방화장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과학적인 효능 입증이라고 생각합니다"(하정철 한방화장품연구팀 선임연구원)

연구원들은 대부분 화학, 생명공학 등 이공계 전공자지만 한의학 지식은 '박사급'이다. 하 연구원은 "천자문부터 시작했어요. 대부분 한의서를 봐야하니까 한자 공부가 중요해요.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았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왼쪽부터 김수정, 하정철, 염명훈 연구원
↑왼쪽부터 김수정, 하정철, 염명훈 연구원

설화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이 일치한다는 한국의 영육일치사상 (

靈肉一致思想)를 토대로 하고 있다. 몸에 좋은 것은 피부에도 좋은 법. 몸을 다스리는 한의학이 피부 건강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동의보감 등 한의서에서 몸에 좋다고 나온 원료는 모두 설화수 원료의 대상이 된다. 설화수 담당 연구원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문도 바로 원료. 특히 설화수는 100% 국산 원료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염명훈 한방과학연구팀 책임연구원은 "한방 소재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때문에 100% 국산 원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한약재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산은 부패, 중금속, 농약 등 안전 문제가 있어 생산지, 가공, 유통면에서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국산만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산지를 엄격히 관리해서 국산만 사용하고 중금속, 잔류농약 등 세심한 검사를 거쳐 원료를 사용한다"며 "연자육(연꽃씨)의 경우 국내산은 5배나 비싸지만 국산 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화수 진설라인
↑설화수 진설라인

연구원들은 좋은 원료를 찾아 전국 순례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화수 진설라인에 사용되는 원료인 적송을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대청도 옆 연평도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설화수는 2만가지의 한방 성분중 3000가지를 추려낸 뒤 피부과학적 효과를 연구, 최종적으로 30가지를 엄선해 사용한다. 대표적인 성분은 홍삼과 녹차. 인삼의 경우, 선별된 3가지 영역의 인삼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18시간 동안 달여 만든다.

설화수에 사용되는 '물'도 독특하다. 물은 화장품에서 가장 비중이 큰 원료.

"음양오행의 상생, 상극 원리에 따르면 금(金)과 수(水)는 상생입니다. 최적의 물을 구하기 위해 청동에 물을 우려보기도 했어요. 민간에서는 청동 그릇에 물을 넣고 진동을 주면 물 성분이 변하면서 최적의 상태가 된다는 말에 이것도 실험해봤죠 (웃음)"(김수정 한방과학연구팀 선임연구원)

한의학이라는 큰틀에서 접근하되 형식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이 설화수의 성공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창업주 '인삼사랑' 한방화장품 결실로= 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의 태동은 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모레퍼시픽은 67년부터 '인삼' 중심의 한방미용법을 연구해왔다. 인삼이 유명한 개성 출신인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인삼에 대한 남다른 애착 덕분이다.

72년 인삼 유효성분 추출 특허를 획득했고 73년엔 약용으로만 사용되던 인삼을 화장품에 최초로 사용, 국내 첫 한방화장품 '진생삼미'를 출시했다. 87년 아모레 설화에 이어 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의 역사는 97년 설화수 출시로 이어졌다.

김수정 연구원은 "70년대에 인삼이 피부에 좋은지 산학 심포지엄을 열 정도로 한방화장품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유명인 모델을 쓰지 않고 전통문화를 소재로 광고하는 것도 눈에 띈다. 김 연구원은 "예전부터 한방화장품 광고에 신윤복 그림을 쓸 정도로 감각이 앞서있다"며 "이것이 오늘날 설화수의 저력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특히 40년전 화장품 원료로 인삼을 재발견한 선견지명은 동양적 방법론이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동향의 지혜와 맞닿아 있는 설화수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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