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1등급차 稅감면' 부처 엇박자

'연비 1등급차 稅감면' 부처 엇박자

양영권 기자
2008.05.27 15:24

-재정부 '세수 감소' 등으로 반대

-지경부 "검토 중, 확정된 바 없다"

-업계 "대형차 대체 효과 의문"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경차와 똑같이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을 면제해주는 방안이 제기됐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현실화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연비 1등급 자동차에 경차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해 소비자가 연비 등급이 높은 차량을 구입하도록 유도,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가 부담되는데다 특정 차량에 대한 취득세 감면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지식경제부는 지난 26일 관계부처 회의에서 연료 1ℓ로 15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안건을 내놨다. 지경부는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다음달 에너지절약 대책으로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27일 "연비 등급이 높은 차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판단에 여러 에너지 절약 대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며 "안건으로 논의가 됐을 뿐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에 재정부는 부정적이다. 현재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면제받는 자동차는 경차인 GM대우 마티즈와 기아차동차 모닝 2종류뿐이다. 하지만 세금 면제를 연비 1등급 차에까지 확대할 경우 큰 폭의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는 논리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적용될 연비 등급 기준으로 연료 1ℓ로 15km를 달릴 수 있는 연비 1등급 차량은 총 44종이다. 세금 면제 대상이 2종에서 총 44종으로 늘어나는 것.

게다가 재정부는 부처간 협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토 중인 방안이 언론에 알려진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간 회의에 상정된 내용은 내부에서 먼저 합의가 이뤄진 다음 알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비 1등급 차량 대부분이 국산차라는 점도 문제다. 이들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이 '보조금' 성격으로 해석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통상 분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오는 8월 이후 1등급으로 분류될 차량 가운데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해외 수입 차량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푸조의 407 2.0HDi, 폭스바겐의 골프 2.0TDI 등 3종류뿐이다.

지식경제부는 올초에도 연비 등급을 개편하면서 연비가 높은 등급의 자동차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WTO 규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포기했다.

일부에서는 1등급 차량에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지경부의 의중대로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연비 1등급 차량이 지경부 희망대로 다른 차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비 1등급 차량이 다른 수요를 창출하느냐, 다른 차량을 대체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개인적으로는 자동차시장 전체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더 크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경부는 연비 1등급 차랑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국토해양부에서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연비 1등급 차량을 식별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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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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