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5시15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 갑작스레 마련된 김대평 부원장의 이임식 분위기는 존경하는 선배를 떠나보내는 아쉬움 대신 분노가 앞선 듯했다.
김 부원장은 금감원 내부에서 '검사의 달인'으로 통한다. 통합 금감원이 출범하면서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로 따로 놀던 검사체계를 통일했다. 또 비은행 담당 임원 시절에는 서민금융 로드맵을 마련했고 은행 담당 임원을 맡고서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체계를 확립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국내로 확산되지 않은 공로를 그에게 돌리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부원장 교체가 결정된 것은 이날 오후 2시쯤이다. 김 부원장에게 주변을 정리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시간 남짓으로, 짐정리하기에도 빠듯했다. 하물며 40년간 맺어온 인연을 정리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직원들을 허탈감에 빠뜨리고 이를 넘어 분노감까지 갖게 한 것은 예상 밖의 후임자도 아니었고, 어느날 갑자기 옷을 벗어야 하는 고위직의 불안한 처지도 아니었다. 40년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예의 없음' 때문이다.
한 직원은 "2년여 머무는 군대에서도 병장 말년이 되면 업무에서 열외해주고 정리할 시간을 주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물론 선진국 금융회사에선 고위직 교체시 이임식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매몰차다. 그러나 우리 문화가 아직 그처럼 '성숙'하지는 못한 탓에 일정한 '배려'가 절실해 보인다.
어쩌면 청계천에 촛불을 들고 모여드는 이들도 정부의 '예의 없음' 에 절망하며 매일 찾는 것은 아닐까 싶다.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전에 배후조종 세력을 운운하고 있으니 말이다.
40년을 3시간 만에 정리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하는 노력은 비단 금융감독 당국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