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버블'을 경계하라

[광화문]'버블'을 경계하라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2008.09.17 10:08

꽉막힌 방송·통신 시장, 밀어붙이식 투자종용보다 시장조성이 우선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3군데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자칫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까지 무너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실물경제에 뿌리를 두지 않고 '돈장사'에만 몰두해온 투자은행들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한마디로 금융버블이 빚어낸 '월가의 참사'라고밖에 할 수 없다.

2000∼2002년. 우리나라도 '버블'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외환위기(IMF) 상황을 하루빨리 탈출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벤처기업 투자를 부추긴 것이 화근이었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벤처투자로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을 조명했고, 돈에 목마른 사람들은 빚까지 끌어다 '묻지마'식 투자행렬에 가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투자를 조장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관료·기자까지 개입된 비리가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벤처기업을 둘러싼 투자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우리 벤처투자 시장은 당시의 '버블' 악령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힘겹다.

 

지나치면 아니한만 못하다고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빚어낸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이나 과거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의 몰락은 작금의 방송·통신시장 상황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통신시장은 유선과 무선을 막론하고 이미 포화상태다. 방송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1800만 가구 가운데 1500만 가구가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을 이용하고, 44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동전화를 쓴다. 방송과 통신의 교차진입이 활발해진다고 해도 가구수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시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압박에도 통신·방송기업들이 꽁무니를 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TV(IP TV)와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일자리 창출의 지렛대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IP TV와 와이브로의 사업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인다.

이미 가입자가 넘쳐나는 통신시장에서 IP TV와 와이브로는 전체 방송·통신시장의 '풍선효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즉, IP TV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케이블TV나 위성방송 가입자들이 줄어들 것이고, 음성통화가 되는 와이브로 가입자가 증가하는 만큼 기존 이동전화 가입자가 감소할 수 있음이다. 오히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시장규모가 더 축소되지 않을까 염려한다.

 

실물시장과 호흡하지 못하는 투자는 '버블'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과잉투자는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종국에는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게 된다. 과거 과잉투자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하나로텔레콤이나 두루넷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방통위의 역할도 '투자확대'와 '요금인하'라는 모순된 잣대로 기업을 압박하기 이전에, 기업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시장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시장이 없으면 기업도 없고,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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