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와이브로-IPTV사업 조기투자 압박
방송통신위원회의 '투자확대' 의지에 KT나 SK텔레콤 등 거대 통신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이다. 이른바 단기적인 방송통신 정책의 초점이 일자리 창출로 맞춰지면서 정부는 통신사의 투자를 촉구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선뜻 정부 정책에 호응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방통위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나선 것은 지난 8월 중순.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7개 기간통신사업자 사장단 간담회서다. 방통위는 이례적으로 기업의 최근 몇 년간 매출 대비 마케팅 비중을 공개하면서까지 줄어들고 있는 투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방통위의 이런 정책 기조는 이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및 인터넷TV(IPTV) 사업 허가 심사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 선정 및 1GHz 이하 저주파수 대역의 조기할당을 통해 신규 네트워크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IPTV의 경우에도 KT나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3사에 사업권을 부여했지만, 방통위 상임위원회에서 2010년 이후로 몰려있는 투자 계획을 문제로 지적, 은근히 조기투자를 종용하고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이 2012년까지 IPTV에 각각 1조7000억원, 1조6000억원, 92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3사 모두 2010년 이후로 투자를 미뤘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3분의 2 가량인 1조2000억원을, 하나로텔레콤도 절반 이상인 9000억원 규모의 금액을 2010년 이후부터 각각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개는 서비스 초기에 투자를 집중하는데, IPTV의 경우는 투자경향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방통위 상임위원회의 이런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전체 투자 규모면에서는 LG데이콤보다 2배 가까운 투자의지를 밝혔음에도 재정 능력 심사에서는 LG데이콤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하나로텔레콤의 투자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와 관련, 공식, 비공식적으로 모기업인 SK텔레콤의 공동투자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하나로텔레콤 인수 과정에서 이행조건인 '광대역통합망(BcN) 투자 확대'와 관련해서도 하나로텔레콤 단독이 아닌 SK텔레콤의 공동책임(투자)을 요구한 바 있다.
와이브로 분야에서 정부의 '투자확대' 요구 역시 마찬가지다. 방통위 실무진은 사견을 전제로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허가받을 때도 투자 확대가 의무조건이었다"며 "KT가 KTF를 합병하고자 한다면 (와이브로에서) 더 큰 투자를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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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업자들은 아직까지 투자에 미온적이다. 와이브로의 경우 방통위는 일찌감치 내년도 투자계획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은 구체 계획을 밝히는데 주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는 시장 상황과 경영 전략에 맞춰 적기에 행해져야 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투자를 종용한다 해서 무조건 따를 수는 없지 않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KTF와 합병 추진을 앞두고 있는 KT는 물론 하나로텔레콤과 함께 IPTV 및 미디어 사업에 대한 책임있는 투자 요구를 받고 있는 SK텔레콤이 방통위의 투자 확대를 어느 정도 수용할 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