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BTL 사업참여 기피-실시협약 후 사업포기도 잇달아
신용경색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이 대출을 기피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BTL사업(민간투자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 예정된 6조5000억원 규모의 BTL 사업이 대규모로 좌초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올해 착공이 예정된 BTL사업이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평창·제천·진안·안동·화순 등 5곳에 각각 100억원 규모의 우수한약유통지원시설을 BTL 방식으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실시협약까지 체결했던 신한은행이 중도에 포기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놓여 있다.
신한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연말까지 11% 이상으로 끌어올려야하는데다 BTL 사업에 따른 수익률이 다른 금융상품 수익률보다 낮다는 이유로 BTL 사업참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BTL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에 제시한 수익률은 6.14%지만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금융상품 수익률은 8~12%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우수한약유통지원시설 건립이 예정된 지자체가 속한 도금고는 물론 국민연금공단에도 사업 참여를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의견만 전달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긴급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는 이상 주무부처로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며 "BTL 사업은 고시 후 1년내에 착공이 안되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수한약유통지원시설처럼 건설사와 은행, 지자체가 실시협약까지 체결한뒤 은행의 중도 사업포기로 좌초 위기에 처한 BTL 사업만 해도 전 부처에 걸쳐 8건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에만 1조1000억원 규모의 BTL 방식을 통한 하수관거 설치 계획을 가지고 있는 환경부도 연말까지 남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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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실무자는 "절반 가량은 이미 착공이 돼 문제가 없지만 다음달까지 15개 사업을 추가로 고시해야 하지만 참여하겠다는 금융권이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경기부양과 일자리 확충을 목적으로 내년 BTL 사업규모를 대폭 확충할 예정인 정부는 대책마련을 검토 중이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BTL사업 규모를 올해 BTL 고시규모 4조9549억원보다 32.1%나 늘린 6조5465억원으로 잡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선에서는 수익률 연동제 도입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긴급대책을 바라고 있지만 BTL 사업이 20년 장기사업인데다 현재 상황이 워낙 비정상적이어서 대책을 세우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재정부 간부는 "BTL 사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현황파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은행권이 BIS 비율을 맞추고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