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깨는 발칙한 투자(1)] 저평가 우량주 정석투자의 함정
몇년 전 어느 일간지의 `말말말' 코너에 우연히 내 말이 실렸다. 내용인즉 "주식 해서 돈 까먹는 건 아마추어나 프로나 한 가지다. 딱 하나 다른 점은 아마추어는 제 돈만 날리는데 프로는 제 돈도 날리고 남의 돈도 날린다는 거다"였다. 막대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추궁이라며 편집자가 친절히 주석도 달았다. 만일 오늘 다시 하라 해도 나는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똑같이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주식전문가들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이는 영영 지속될 뻔한 비극이기 때문이다.
1980년 1월에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가 지금 1000~1200 범위에 놓여있다. 12000을 기준으로 하면 약 29년 걸렸고 연평균 상승률은 9%다. 연리 9%의 정기예금을 안 찾고 복리로 29년간 계속 굴려 12배 만든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잃을 수 있을까. 그렇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1. 지수 산정 시 망한 회사, 부실한 회사는 뜨는 회사, 건실한 회사로 종종 교체된다. 이럴 때마다 탈락된 회사들이 이미 끼쳤던 손실은 점점 희석된다.
2. 거래세, 증권사 수수료, 운용사 보수 등 매년 수 조원이 현금으로 빠져 나간다.
3. 대체로 이익은 외국투자자, 일부 국내투자자 등 소수에게로 쏠린다.
4.상대적 규모는 작지만 코스닥지수는 1996년 7월의 1000에서 반 이상 하락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코스피 기준으로 산출한 연 9% 상승은 허울뿐이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주가는 실질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김없이 고생 끝에 낙(落)인가? 아마추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들은 왜 까먹나?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다면 아마추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들은 왜 까먹을까. 아마추어나 프로나 주식투자가 뭔지 개념파악이 안돼서 그렇다.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잘못 알았고, 그걸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해서 그렇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우량주에 분산투자하여 장기보유했다가 고점에 파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정의는 완전히 틀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가치는 주관적, 가변적인 것으로 당위적, 일의적으로 수치화되는 내재가치란 없다.
2.현재가격이 바로 시장의 합치된 의견이다. 저평가, 고평가란 처음부터 없다.
3.회사가 우량한 주식이 우량주가 아니고, 사서 오르는 주식이 우량주다.
4.다 함께 무너질 때는 분산투자도 소용 없다. 분산은 최소한의 덕목일 뿐이다.
5.무조건 장기보유는 바보짓이다. 오르면 장기보유, 내리면 단기보유 해야 한다.
6.저점매수/고점매도는 그럴 듯하게 들리나 실제론 부실한 이익, 큰 손실의 주범이다.
천동설을 포기하고 지동설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주저했던가. 그래도 결국은 진실이 자존심을 이겼다. 주식투자도 진짜 가짜를 분별하는 날이 결국 오기는 오리라. 단지 그 전에 지불하게 될 말 못할 고통들, 고귀한 인명희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바른 주식투자는 시장을 존중하는 것이다. 보이는 가격 그대로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시장가격은 하늘의 뜻, 내재가치는 인간의 뜻. 어느 편에 서느냐가 운명을 가른다.<시카고 하이드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