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주식칼럼]민물낚시와 바다낚시

[김지민주식칼럼]민물낚시와 바다낚시

김지민 뉴턴캐피탈 대표
2008.12.26 07:30

[상식깨는 발칙한 투자(2)]"펀더멘털 좋은 주식보다 오르는 주식사라"

새벽에 자전거로 미국 미시간 호수 주변을 달리면 경관도 좋고 기분만점이다. 왕복 40~50㎞ 달려 땀 흘리고 오면 아침 식사시간인데 아내는 늘 뭔가 못마땅하다. 유난히 몸에 착 붙는 사이클링 바지가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또 그 내복 같은 옷을 입었느냐는 표정으로 "자전거 잘 타고 왔어요?"한다. 그때마다 나는 "거 참, 자꾸 자전거라 하네. 산악 자전거라니까!" 하며 `산악'에 힘을 주며 대꾸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말했다. "바다낚싯대로 민물낚시하면 그게 민물낚시지 바다낚신가?" 그날 이후 나는 항변을 멈추었다.

 이 낚시 비유가 걸맞은 사건이 있다. '주식으로 저축하자'가 그것이다. 나름대로 논리는 있었으리라. 미국 다우존스지수도 1900~2000년에 연복리 5.3%로 상승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는 2000년 말에 500이던 지수가 2007년 들어 1500을 넘었으니 연복리로 20%다. 절반만 쳐도 연 10%인데, 이것만 해도 예금금리보단 훨씬 높다. 그러니 월급 조금씩 떼어서 주식 사모으는 게 저축 중 최고의 저축이라는 컨셉트였다. 풍랑이야 있겠지만 한국은 워낙 펀더멘털이 좋으니 장기로 봐선 잔잔한 민물낚시 아니냐의 식의 논리 말이다. 하지만 꿈만 황홀했을 뿐 깨어본 현실에선 고기는 고사하고 낚싯대마저 부러져 버렸다.

10년 전에도 역시 뭔가에 홀린 듯 온국민이 펀드열풍에 휩쓸렸다가 내동댕이쳐졌다. IMF 구제금융의 수모 끝에 시장이 재상승할 무렵 `바이코리아펀드' 등장이 발단이었다. `Buy Korea!' 듣기만 해도 흥분되는 문구에 앞다퉈 돈을 넣으니 1998년 280까지 내렸던 지수가 1999년말 1000을 넘겼다. 2000년말 예상지수를 전문가들에게 묻자 최소 1300, 더러는 2000, 3000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해 실제 연말지수는 500으로 반토막났다. `펀더멘털에 장기투자=실패'의 냉담한 현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지금 코스피가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또 60% 수준이니 오랜만에 복습을 또한번 단단히 했다.

 정말 펀더멘털이 주가를 결정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연구만 하면 되니까. 정말로 시간만 지나면 주가가 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지런히 운동해서 오래만 살면 되니까. 하지만 주가는 그렇지 않다. 영문도 모르게 오르고, 아무 이유 없이 내린다. 100% 오를 수밖에 없을 상황에 내리고, 모두가 내린다 확신할 때 오른다. 공부할 것도 없고, 공부해 봐야 소용도 없고, 공부하면 더 많이 까먹는 게 주식이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주가는 가는 방향으로 더 가는 속성이 있다." 즉 펀더멘털 좋은 주식 말고 오르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다.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고, 손실은 짧게, 이익은 길게' 이것이 바다낚시를 거의 민물낚시처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카고 하이드파크에서>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