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 초대석]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한다.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모여 탄생한 대통령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경제만큼 중시하는 분야가 있다. 민생이다. 경제가 곧 민생이고, 민생이 곧 경제이긴 하지만 성장 논리를 앞세우다 보면 민생을 돌보기 위한 복지는 뒤로 처지게 마련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복지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일부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경제 논리만 앞세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명박 정부는 민생을 위한 복지를 경제와 동급으로 놓는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올해 4대 국정운영 방향에서도 민생은 경제위기 극복에 이어 2번째에 놓였다. 그 뒤를 중단 없는 개혁과 미래대비가 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처럼 중요한 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전 장관은 올해 복지부가 최우선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해보더니 "복지부 업무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저소득층 보호와 노인 복지, 아동 복지부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국가적 과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총괄하니 그럴만도 하다.
다만 전 장관은 "올해는 경제위기로 신빈곤층이 크게 늘 것"이라며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빈곤층을 지원하는 한편 중산층이 신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뒤로 미루지 않을 생각이다. 보건의료분야 신성장 동력 발굴, 저출산 대책 마련,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아동 지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이 전 장관이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지난해 8월6일에 취임해 폭넓은 업무를 꼼꼼히 챙기며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하고 있는 전 장관을 만나 올해 구상을 들어봤다.

-취임하신지 꼭 5개월이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직원들과 열심히 뛴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보건복지 행정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올해 전체 정부 예산이 10.6% 늘었는데 복지부 예산은 14% 증가했습니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이 크게 확대됐고 가장의 실직으로 위기에 처한 가구를 돕는 긴급지원 제도의 대상도 늘었습니다. 또 올해는 경기침체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저소득층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지난해보다 5만3000명 늘렸지요.
-국정감사 때도 의원들의 평가가 좋았고 또 예산을 확보할 때도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으셨는데 동료 의원이라서 그런 걸까요.(전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으로 장관직을 맡았다.)
▶의원들은 국감 때 장관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몇 달씩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예산안을 마련할 때도 그만큼 많이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의원들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주면 감사한 거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사실대로 말씀 드리면 되는 거구요. 저는 평소에 의원들과 언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늘 감사합니다. 제가 아침마다 기사 스크랩된 것을 읽는데 시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형광펜으로 그어서 담당 과에 보내 검토해 보라고 합니다. 의원과 언론의 지적과 비판을 통해 미비한 부분을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독자들의 PICK!
-지난해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에서 '쇠고기 파동 때 우울증에 걸릴 뻔 했다'는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을 경선 때부터 도왔습니다. 이 대통령의 '가난의 대를 끊겠다'는 말에 감동했지요. 촛불시위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대통령도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국민들이 믿어 주시고 정부 부처가 합심해 일하면 이번 경제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자유와 정의와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앞장 서는, 성공한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난을 대를 끊는 게 국가 발전과 사회 안정을 위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복지부가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소득층이 일정 정도의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난의 대물림은 2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죠. 이를 위해선 교육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도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복지입니다. 교육부가 장학제도 등으로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보장에 앞장서고 있지만 복지부도 저소득층·소외계층 아이들을 잘 키우는 문제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올해 서민들을 위해서는 어떤 대비책이 있습니까.
▶경제가 어려워지면 개인별 능력차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빈곤과 실업이 증가하게 됩니다. 빈곤과 실업에 처한 분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에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를 강화했습니다. 또 저소득층은 건강보험료가 밀리면 병원에 못 갈 수가 있기 때문에 건보료를 일부 지원하거나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손을 빌려 필요한 곳에 제때 지원할 수 있도록 '민생안전 지원본부'도 구성했으니 많은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국내 복지전달체계가 투명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각 부처가 각자 맡고 있는 일만 생각하고 한 부처 내에서도 부나 과마다 자기 일만 하다 보니 자료 공유와 협력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지 지원이 한 사람에게 편중되거나 반대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누락되는 일이 생깁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잡다한 업무들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 지구요. 예를 들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8개 부처에서 34개 종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업 단위로 이뤄지는 복지 사업을 사람 단위로 개편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부처별로, 과별로 복지 사업을 하는데 이를 예컨대 A씨 가족 중심으로 개편하면 지원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일이 없어지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는 복지부부터 복지체계를 사람 단위로 개편하려 합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에서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질병정보 공개를 추진했다 무산된 일이 있었습니다. 복지부가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인데요.
▶개인의 질병정보는 배우자에게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제공하지 않는 굉장히 사적인 정보입니다. 사생활의 중요한 부분인데 함부로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더 중요한 것은 질병정보를 공개해도 금융위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험사기를 방지하는데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과거 질병을 조회해서 보험사기 여부를 밝힐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금융위에 설득했죠.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금융위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와 부딪힐 일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의료산업 발전 방안과 관련해서도 복지논리와 경제논리는 좀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의료산업 발전 방안과 관련해 건강보험 민영화 논란이 있었죠. 제가 취임하고 나서 이 문제는 잦아들었습니다만 정부가 당초 건강보험 민영화를 추진한 것이 아닌데 당연지정제 폐지 얘기가 나오면서 오해가 증폭됐던 거죠. 복지부뿐만 아니라 이 정부의 원칙은 건강보험 제도는 잘 발전시켜야 하는 귀한 제도라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가입자면 누구든 어느 병원이든 가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인 당연지정제 폐지는 절대 안 됩니다.
의료산업은 국부 창출은 물론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서비스 산업이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맞습니다. 해외 환자를 2명 유치하면 중형차 1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고 100명을 유치하면 6명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다만 지금의 건강보험 제도와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의료산업을 발전시켜 해외 환자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도 국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는 한에서 하자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개정을 추진 중인 '의료법'도 해외 환자를 일정 비율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노인층이 늘어날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집니다. 이런 점에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그러면 건강보험 재정이 더 튼튼해져야 합니다만.
▶2가지 점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먼저 저출산 문제입니다.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노인 인구는 늘면서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노인 진료비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건강보험료를 많이 올리지 않아도 건보 재정 건전성을 꾀할 수 있습니다.
2번째는 질병 예방입니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나면 비용이 늘어나 건강보험을 지속가능한 제도로 유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노인 인구가 늘면 만성질환이 늘어납니다. 지금까지는 치료를 열심히 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예방의약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치매입니다. 치매의 3분의 1은 예방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검진을 하면 방지하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예방의학 차원에서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보건소에서도 치매 조기진단 1차 검사는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