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적기·적량 3박자로 중기 구원투수"

"적정·적기·적량 3박자로 중기 구원투수"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이새누리 ·사진=송희진 기자
2009.01.08 12:56

[머투초대석]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올 41조 보증 …72%가 상반기 조기지원

- 평가기준 대폭완화 …위기 선제적 대응

- 자부심· 긍지 있다면 도약의 기회될 것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하루 1개꼴로 쓰러졌다.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아 중소기업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유례가 드문 비상상황에서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그간 보증에 보수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신보의 모습은 사뭇 달라졌다. 기업 경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상반기에는 연간 보증목표의 72%를 집중 지원하고 보증심사를 완화하는 '파격'을 택했다.

국회에서 12년을 보내고 지난해 7월 취임, 현장경영에 적극 뛰어든 안택수 신보 이사장을 만나 위기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취임하신 지 6개월이 지났네요.

▶지난 7월 취임할 당시 국내외 경제·금융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됐고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선진화' '중소기업 금융지원체제 개편' 등 신보를 둘러싼 업무환경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때였습니다. 거기에 전국 9개 시·도 영업점을 방문하면서 현장을 파악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 신보에 거는 기업의 기대가 큰 것같습니다.

▶올해 보증규모는 계획상 지난해보다 11조2000억원 증가한 41조7000억원입니다. 신규 보증도 지난해보다 10조원 늘어난 19조5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반기에 연간 신용보증 목표의 72%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예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상반기에 시행할 사업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일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같은 유동화회사 보증은 덩치가 커서 시행속도가 빠릅니다. 또 시장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보증으로 채권시장안전펀드 보증과 브리지론에 5조원이 계획돼 있는데 이것도 빨리 집행해야 합니다. 총 33조5000억원이 지원되는 일반보증도 시급하지만 규모가 작은 것이 수십만 건이라 6개월에 걸쳐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은행과 협력도 중요해 보입니다.

▶경제위기에는 은행의 신용관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지 않을 거라면 (대출에 엄격한) '안전운행'을 해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몸을 사리지 말고 공적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은행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일례로 외화를 빌려와 대출하며 수익을 내다 환율이 오르니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하는 식이라면 건전한 금융기관으로 평가받기 어렵지 않을까요. 은행장들과 직접 만나 얘기했습니다. 은행 분위기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듯합니다.

―올해 경기회복 시점은 언제라고 내다보시나요.

▶올 하반기 경기침체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기회복이라기보다 상반기의 가파른 경기침체에 대비해 상대적 안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2010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곧 음력 설이 다가오는데 기업들이 설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올해 경제흐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업종별로 온도차가 있는 듯 합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었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 보다 감소폭이 큽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하는 정책적인 대응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건설처럼 이미 알려진 업종 말고도 전자 섬유 정유 기계 석유화학 등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신보로서도 앞으로 6개월 간은 정말 어렵고 바쁜 시기가 될 것입니다. 구조조정으로 인원은 줄어들고 업무량은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신보는 정부의 정책금융을 집행하는 일선기관이어서 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옥석'을 신속히 가려야 한다고 하는데,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난 한해 소위 부실·한계기업에 대해선 보증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의 잣대를 적용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돼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부터 심사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전결권을 일선에 이양하는 등 보증심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보증을 축소하는 정부정책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다소 보수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보증확대 기조로 바뀌고 심사기준이 완화되면서 원하는 기업에는 보증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식의 보호정책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까지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실·한계기업이냐, 아니냐는 종이 한창 차이입니다. 그때 판별기준은 성장유망성입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도 성장이 유망하면 지원하고 한계·부실기업은 기업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퇴출을 유도하도록 할 것입니다.

―현장방문 때 가장 기억이 남는 일은.

▶업무파악을 마친 지난해 9월부터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대구 대전 청주 인천 수원 등 영업본부 단위로 전국을 둘러봤습니다. 다니면서 참 마음아팠던 부분은 키코(KIKO) 피해 업체였습니다. 연간 수출 1억달러, 국내 매출 2000억원인 한 중소기업은 키코에 가입했다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신기술로 개발한 상품을 대기업에 납품하고 유럽에도 시판하면서 해마다 매출이 신장하는 회사였는데 키코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 회사가 P-CBO 보증을 신청했고, 보증심사팀이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사장과 직원이 너무 고마워하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국회의원을 할 때와 또다른 보람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논의는 당분간 유보된 듯합니다.

▶신·기보 통합의 주체는 정부지만 개인적으로 신·기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화한 상황에서 통합논의가 과열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실무조치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인들에게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예상한 것인 만큼 오히려 쉽게 극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경영악화에 미리 대비해온 기업에는 지금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주춧돌로서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안정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입니다. 중소기업인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국가경제 발전에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신보 임직원도 '공심'(公心)으로 무장해 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대담=정희경 금융부장, 정리=이새누리 기자 new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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