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삭감·비정규직법 개정..난감한 한노총

초임 삭감·비정규직법 개정..난감한 한노총

신수영 기자
2009.03.12 09:03

비정규직법 개정은 저지..대타협 정신은 지킬 것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 합의문' 선언을 앞두고 회의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합의문 최종 조율을 위해 모인 각 정부 부처 장관과 경제 5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 사회 원로 등의 모습이 보였다.

예정된 회의 시작시간을 30분 이상 넘겨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앞서 열린 한국노총 산별 대표자 회의에서 '임금 삭감' 문구를 합의문에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때문이다. 노동계의 의견은 '임금 삭감' 대신 '임금 절감'을 수용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계가 일정 부분 고통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졸 신입사원 초임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노총은 발칵 뒤집혔다. 노동계가 분담키로 한 사안인 '임금' 문제를 아무런 합의 없이 경영계가 건드렸다는 것. 합의문에 따르면 경영계의 몫은 임금이 아닌 고용유지다. 김동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한국노총은 전경련 항의 방문, 산하조직에 대응 지침 시달 등에 나섰지만 막상 현장서 벌어지고 있는 초임 삭감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축으로 노사민정 대타협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고민에 빠졌다.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지키거나 늘리자는 사회적 합의에 동참했지만 이후 돌아가는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전경련은 대졸 초임을 줄여 인턴 채용 등으로 일자리를 나누겠다고 하고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정책연대를 맺은 한나라당을 어렵게 설득해 개정안의 2월 국회 상정을 막고 나자 정부 입법이 추진되는 형편이다.

한국노총으로서는 대타협 무드를 깰 수도, 비정규직법 개정 등을 그대로 지켜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한국노총이 노사민정 대타협 무효화를 선언하거나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할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노총이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와 조직의 이해가 달린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를 맞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11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타협 무효화나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등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비정규직법 개정과 대타협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타협 정신은 지키겠다는 얘기다.

장 위원장은 "대타협 선언문을 도출할 때도 비정규직법 개정과 노조 전임자 급여지금 금지, 최저임금법 개정 등 민감한 이슈는 논외로 하고 경제위기 극복 방안만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비정규직법과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를 맞바꿀 것이란 말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법 개정보다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 절감의 대가로 일자리 유지와 근로자 생계안정을 요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한나라당 및 경총과 실무자 회의를 갖고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노총은 고용보장과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정부가 32조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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