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弗 써낸 롯데에 탈락 경고..롯데도 '배수의 진'
이 기사는 03월13일(10:1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오비(OB)맥주 인수전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그룹이 예비입찰 성격의 첫 번째 비딩에서 제시한 가격은 10억달러 안팎. 달러/원 환율 1500원으로 가정할때 우리 돈으로 약 1조5000억원이다.
OB맥주의 최대주주인 인베브(InBev)는 당초 매각 예상 금액으로 20억 달러(3조원)를 기대했다.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이 제안서를 전하자 인베브는 "가격을 너무 낮게 써냈다"며 롯데에 데이터룸 실사기회도 주지 않기로 했다.
인베브가 개별협상 방식으로 딜을 전개하고 있어 롯데가 인수전에서 완전히 탈락한 것은 아니다. 롯데가 당장이라도 가격을 높여 부른다면 경쟁자인 어피니티(AEP)나 KKR처럼 다음 단계로 협상을 진전시킬 수도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제안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안팎을 오가고 있어 외화를 조달해야 할 입장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롯데가 거래 초반부터 매각 측에 끌려가는 협상태도를 노출할 풋내기도 아니다.
롯데는 미즈호(Mizuho Financial)은행 등에 크레딧 라인을 열기로 했지만 이미 달러로 펀딩을 해둔 사모펀드(PE)보다는 공격적일 수 없다. 롯데가 전략적 투자자(SI)로서 가용현금이 많을 거란 예상은 달러를 베이스로 이뤄지는 이번 딜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보수적인 경영 컬러도 무리한 협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롯데가 여유를 부리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주류면허 취득 가능성 때문이다. 3조원에 OB맥주를 사느니 그보다 돈이 적게 드는 그린필드(Greenfield) 방식으로 맥주 사업을 전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 당국(국세청 등)의 주류면허 발급은 일반 예상과 달리 롯데 같은 대기업에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롯데는 이미 일본 아사히(Asahi)와 합작 형식으로 국내에 '수퍼드라이(Super Dry)' 맥주를 수입·판매중이다. 지난 2월에 인수한 롯데주류(옛 두산주류BG)의 국내 판매망을 확장하는 일도 시급하다. '처음처럼' 같은 소주 브랜드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계열사 판매망으로 널리 알린 후에 맥주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와 OB가 51대 49의 비율로 양분하고 있다. 롯데가 OB를 포기하고 신규진입자로 투자를 시작할 경우 장기적으론 기존 사업자의 점유율 붕괴가 불가피하다. 국내 식음료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롯데는 무시못할 상대다. 인베브와 OB 인수를 희망하는 사모펀드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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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브와 롯데의 '샅바 싸움'은 눈치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모펀드들이 이번 딜의 들러리는 아니지만 롯데가 컨소시엄을 제안할 경우 협상은 급격히 진전될 수 있다. 인베브는 최초 단계에서 컨소시엄 구성 제한을 요구했지만 데이타룸 실사이후 컨소시엄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건 절차가 아니라 가격이기 때문이다.
롯데를 배제하고 열리는 이번 실사의 관전 포인트는 인베브와 롯데가 펼칠 심리전. 배수의 진을 친 서로가 손아귀에 힘을 쥐고 일합을 겨룰 수도 있고, 한쪽이 싸움을 포기해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