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창립 40주년 맞은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

"지금 광화문 앞에 모두 드러누워야 할 상황입니다. 뭔가 잘못됐어요."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55)은 최근 한국학원총연합회 산하 외국어교육협의회 회장직을 맡았다. 숭실대 교육대학원 교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등에 이어 직함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고 명예욕도 크게 없어서 작년까지만 해도 사회봉사에 전념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다. 정부의 사교육 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교육은 정규(formal) 교육과정입니다. 반면 사교육은 비정규(non-formal) 교육과정이면서 평생교육 성격을 띱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합니다. 공교육이 사교육까지 도맡아서 하겠다는 건데 이는 상식 밖입니다. 학습부진 학생에 대해 보충수업을 하는 것은 몰라도 국가가 비정규 교육을 직접 운영하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 말고는 없어요. 국가의 평생교육진흥 의무에 반하고 무상 의무교육 원칙에서도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 성격이 강합니다."
박 회장은 정부가 계속 이렇게 학원을 탄압하면 군사정부 시절처럼 불법과외가 성행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사교육이 지하로 숨으면 세원 노출이 안 되고 고용도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진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사교육이 그렇게 문제라면 차라리 인가를 내주지 말아야 합니다. 인가는 다 내줘놓고 범법집단 다루듯 합니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성상인의 후예인 박 회장은 성격이 화통하고 직선적이어서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박 회장이 이처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천으로서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몸소 실천하며 지난 40여년동안 학원을 부끄럽지 않게 운영해 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파고다교육그룹은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모범 납세자상을 받았다. 학원가 특별단속 때마다 세무공무원들의 집중조사를 받았지만 걸리는 게 없었다. 그만큼 성실 납세를 해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고다의 사회 공헌은 학원 역사만큼이나 오래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때 택시기사들에게 공짜로 영어를 가르쳐 준 게 파고다다. 러시아와 국교를 맺을 때는 청와대 경호원들의 회화수첩을 제작해 줬다. 당시는 서울시내에 학원이 80개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교육기반이 열악한 때여서 대한민국 대표 외국어 학원으로서 돈이 안 되는 일도 도맡아서 했다.
지금도 파고다는 낙도지역 피아노 보내기, 제3세계 불우아동 후원, 사이버외교관 'VANK' 지원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헌혈증 기증, 아동후원 등 사회공헌 중심으로 행사를 치렀다. 파고다가 이처럼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에 기인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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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학원 살림을 맡았을 때만 해도 청소부터 일반 관리, 경리 등 거의 모든 것을 혼자 처리했어요. 3000명이 넘는 수강생의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하나하나 직접 다 챙겼지요. 그 때의 현장 경험은 지금까지도 정확한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80년대 말부터 30여년동안 파고다를 경영해 오고 있다. 1994년 학원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기업 형태를 갖춘 후 다이렉트 코리아, 아이엔 파고다, 파고다 주니어, 리드캔 등 4개의 신생법인을 독립시켰으며 법인 산하에 13개의 브랜드를 일궈냈다. 이달 초에는 캐나다 벤쿠버에 토플, 토익, SAT 등 시험대비 전문학원을 오픈했다. 파고다의 첫 해외진출이다.
외형 또한 1983년 종로 건물에 2개 층을 임대해 썼지만 현재는 전국에 13개 직영점과 15개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정도로 커졌다. 종업원 수 280여명, 강사 수 900여명, 연간 수강생 약 60만명에 이르는 종합교육그룹으로 성장한 것이다. 역사가 깊다 보니 70대의 한 사업가는 13년째 파고다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함은 물론이다.
파고다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어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찾아오지만 박 회장은 이를 학원 홍보에 이용하지 않는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잘 배워서 나가면 그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어 외에 러시아어, 독어, 불어 등 8개 외국어를 개설하고 있는 이유도 비즈니스 측면보다 교육적 측면이 강하다.
"파고다를 위해 30년을 일했습니다. 신이 주신 교육 사업을 감사하게 수행했고 지금도 보람되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파고다는 인재양성이라는 사명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