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신청하면 현금 줘요" 과열 양상

"카드신청하면 현금 줘요" 과열 양상

반준환 기자
2009.05.31 17:50

"얼마 전 할인점에서 A은행 모집인에게 신용카드를 신청하고 2만원을 받았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카드를 발급해준다고 하던데, 꼭 그런 건 아닌 듯 했습니다. 신용위기 때 있었던 길거리 모집이 다시 부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모집인들을 중심으로 신규카드 유치경쟁이 과열될 조짐이 보여 우려된다.

직장인 김 모씨(44세)는 최근 할인점에서 신용카드 신청서 1장을 작성하고 돈을 받았다. 할인점에 설치된 A은행 카드신청 부스를 지나던 중, 모집인이 넘겨준 신청서를 작성한 후 주민등록증만 복사해줬는데 2만원의 유치금을 줬다는 것이다.

가정주부 이 모씨(30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특이한 것은 A은행 모집인이 B은행 카드신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씨는 "A은행 카드가 이미 있다고 하니, 다른 은행카드도 신청을 받는다고 했다"며 "몇 장씩 신청서를 작성해 10만원 이상을 받아가는 주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할인점을 중심으로 카드 모집인들이 현금을 지급하며 고객을 유치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등 무직자에게도 카드신청을 받던 과거 신용카드 때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집인끼리 신청서를 거래한다"는 대목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카드 모집인들은 특정 은행 및 카드사와 계약, 여신금융협회에 등록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카드 외에는 신청서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모집인들과 신청서를 맞교환하고, 차이가 발생하면 '현금정산'을 통해 정리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모집인들이 카드신청을 주저하는 고객들과 뒷거래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카드사들도 이를 엄하게 제제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쉽게 단속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모집인들이 현금을 주고서라도 신규고객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높은 수당 때문이다. 카드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1장당 5만원부터 20만원을 넘기도 한다.

보통 기본급 100만원에 발급실적을 연동하는 방식인데, 수당을 제대로 받으려면 월 40~50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평이다. "수당을 일부 떼어 주더라도 유치실적을 올리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모집인들은 유치한 고객들이 사용한 카드액의 0.02%~0.05% 가량을 추가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모집인들의 유치경쟁은 모집인 조직을 뒤늦게 만든 은행계 카드가 불을 붙였고, 경제위기로 신규고객이 급감하며 과열되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계 카드사들이 마케팅 강화와 고객확대에 주력하며 모집인 조직을 무리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타 업권과 제휴하려는 곳 일 수록 외형경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카드유치 경쟁은 신용대란 때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저신용자, 무소득자 등에게도 카드를 발급해 줬으나, 지금은 신청서를 받더라도 발급해주지 않아서 리스크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원유치 경쟁은 카드사 영업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자산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반준환 기자

2022 코넥스협회 감사패 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