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내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 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남들이 '바보'라고 하는 게 그냥 좋아요."
스스로 '바보'라 칭하고 '바보'라 불리기를 좋아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했던 말들이다. 두 '바보'가 사람들의 눈물비를 맞으며 세상을 떠난 순간, 세상에는 '바보' 신드롬이 남았다.
무조건 똑똑해야 살아남는다는 논리에 사람들은 이제 지쳐버렸다. 그동안 우리들은 '누가 더 잘났나' 키재기를 하고,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며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사람에게 순위를 매겼다. 사람들은 '명품'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살아남기 위해, 더 똑똑한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해 때론 남을 짓밟는데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열광했던 건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보'들이었다. 수백 만 명의 인파가 하나가 되어 가슴에 눈물을 적시며 추도했던 건, 이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바보' 같아서였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젠 용기 있는 '바보'가 나올 차례가 됐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투자자들은 똑똑한 천재들이 만들어낸 갖가지 첨단 파생상품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속였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작전이나 각종 사기 사건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탐욕을 밑불로 이용한다. 투자자들은 조금도 손해 볼 수 없고, 한푼의 이익이라도 더 얻으려는 마음에 유혹의 덫에 빠진다.
금융회사도 '바보' 정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이름도 어려운 무모한 금융상품을 만들고는 고수익이란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았나.
독자들의 PICK!
'바보'가 많은 금융시장에서는 거품이니 허상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우직하게 자신만의 투자방식을 가져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두 '바보'의 죽음은 팽팽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시장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