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제유가, 기는 원유펀드"

"나는 국제유가, 기는 원유펀드"

박성희 기자
2009.06.14 13:24

원유 선물 교체시 손실 발생..펀드 규모 적어도 수익률 괴리 발생

유가 상승을 점치고 올해 3월 원유펀드에 가입한 이모씨는 최근 펀드 수익률을 보고 갸우뚱했다. 국제유가는 연초이후 60% 가까이 뛰었는데 펀드는 27% 수익을 내는 데 그쳤기 때문. 유가 선물가격을 그대로 좇진 못해도 어느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무리 봐도 차이가 큰 까닭에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원유 투자 상품 수익률이 유가 폭등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물 투자시 나타나는 '롤링효과'(Rolling Effect)와 함께 신규 펀드 초기 수익률 감소 현상으로 유가와 실제 펀드 수익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2월 배럴당 33.98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 인도분은 11일 72.68달러까지 치솟았다. 4개월동안 113%가 급등한 셈이다.

그러나 WTI에 투자하는 원유펀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1(WTI원유-파생형)(A)는 2월 20일 설정 이후 39.69%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WTI 가격이 80% 이상 올린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자투자신탁1(원유-파생형)(A)'(4월 13일 설정)도 누적 수익률 25.76%로 WTI 상승폭(45%)를 밑돈다.

이는 원유 선물 만기 때 발생하는 '롤링효과' 때문이다. 롤링효과는 선물 만기에 임박해 근월물 선물을 팔고 원월물을 사는 과정에서 원월물 가격이 더 비싼 경우 교체 매매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WTI 7월 인도분이 70달러인데 갈아타야 할 9월 인도분 가격이 75달러에 형성되면 펀드는 5달러 손해를 입게 된다.

김경일 삼성투신운용 상품개발팀 선임은 "경기 사이클이 정상적일 때는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싸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지 않아도 10% 정도 이익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경기 불황기엔 원월물 가격이 높게 형성돼 원유 펀드는 실제 유가 상승분의 60% 정도의 수익만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유가 상승시 두 배 이익을 내는 레버리지 ETF ‘UCO’ (Ulta DJ-AIG Crude Oil ProShares)는 올해 저점에서 150% 올라 유가 상승분을 따라가는 데 그쳤고, WTI 선물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USO’((US Oil Fund ETF)는 절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펀드 출시 후 일정 규모가 되기 전까지 수익률이 감소하는 것도 펀드 성과의 공백을 일으켰다.

설정액이 10억원인 개방형 공모펀드는 전날 유가 상승으로 10%의 수익을 냈다고 해도 다음날 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 전체 설정액이 20억원으로 늘면서 펀드 수익률이 절반으로 줄게 된다. 이같은 '수익률 희석 현상'은 일반적으로 설정액이 400억원 미만인 소규모 파생펀드에서 발생한다.

김 선임은 "원유펀드에 가입할 때는 선물 교체매매가 이뤄지는 구조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특히 신규 펀드시 수익률이 감소할 수 있음을 감안해 일정 규모 이상 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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