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금 깎는 정부…안된다는 국회

[기자수첩]세금 깎는 정부…안된다는 국회

이학렬 기자
2009.09.01 09:38

"이런 감면제도가 있으면 기업들의 투자 욕구가 살아나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A의원)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그렇게 세금을 깎아줘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정부 당국자)

해마다 세제개편을 두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가상 시나리오다. 통상 국회의원들은 국민들 또는 특정 계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제출한다.

반면 정부는 세금을 과하게 깎아주는 법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안된다고 한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많이 든다. 예산을 무작정 퍼줘서는 안되듯이 필요이상으로 세금을 깎아줘서는 나라살림이 거덜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두고 국회와 정부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유보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오래전부터 세금을 더 이상 깎아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면조치를 2년간 유예하자는 의견이 여당 내에서 제기됐고 이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인하를 반대하는 당내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여야 입장이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세금을 깎아줘서는 안된다고 내세운 이유는 '재정건전성'이다.

반면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등 기존의 감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적인 세율인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유보가 재정건전성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부족은 당장 내년이 걱정인데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유보해도 내년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라살림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걱정하는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혈안이다. 반면 여의도 정가는 10월 재보선 선거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음에도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다.

상대편 입장을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는 논쟁에서 필수다. 하지만 진정한 역지사지는 상대편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주장을 이해하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진정한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 좀 더 좋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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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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