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한국전기안전공사 임인배 사장

한밤에 전기가 고장나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흔히 한국전력을 찾는다. 그러나 이때 달려가는 사람들은 사실은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다.
전신주에서 가정, 빌딩, 아파트, 공장, 발전소까지 전기 고장과 안전에 대한 종합병원 역할을 하는 곳이 전기안전공사다.
전기안전공사가 부실 점검을 하는 등 제 역할을 소홀히 해서 전기가 끊기면 공단도 가동을 멈추고 병원도 수술을 중단해야 하는 것.
이처럼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전기안전공사를 지난해 10월부터 이끌고 있는 사람이 임인배 사장이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CEO가 됐을 때 세상은 ‘낙하산’이라고 비판했지만 임사장은 전기안전공사 역사상 최초로 해외사업을 벌여 수익을 내고 있는 ‘돈 잘 버는 CEO’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연결되는 5호선 라인의 동쪽 끝 자락에 위치한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에서 ‘속자생존’을 강조하는 ‘1초 경영의 전도사’ 임 사장을 만나 봤다.
-취임 이후 1년이 지났다. 의정활동을 하는 것과 경영을 하는 것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2년차 CEO로서의 소감은.
▶정치는 바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실적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CEO의 일은 모든 게 계량화됩니다. 얼마를 벌고 잃고 하는 것이 수치로 나오니까 거기서 보람을 느낍니다.
-전기 분야의 비전문가가 경영을 맡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국회의원 12년 하는 동안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전혀 무관하지 않은데 ‘낙하산’이라고 하길래 정형근, 안택수 의원 등 공기업 기관장으로 간 의원들과 모여서 공기업 중 1등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야 후배 정치인들이 나중에 기관장할 때도 뒷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리더십을 기업에서 발휘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임 초기 업무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전기안전공사가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신이 버린 직장’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얼마나 열악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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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할 때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국정감사를 다녔고 공기업은 모두 신의 직장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처음 와서 근무할 의욕이 안 날 정도로 본사 사옥은 낡아 있었고 보수도 다른 공기업에 비해 형편 없었습니다. 다른 공기업과 달리 전기와 관련된 기술자들이 인력의 93%인 조직이어서 파워가 없었던 것입니다. 공기업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정부가 의욕적으로 공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펴고 있는데 현장에서 CEO로 보면서 경험한 것과 정책방향간의 괴리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재정부에서 너무 일괄적으로 모든 공기업에 똑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공사가 힘없는 공기업이어서 항상 개혁의 칼날을 맞다보니 정원(TO)이 오히려 60명이 비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공기업 개혁한다고 할 때 마다 너무 많이 줄였던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흑자전환했고 올해도 새로 시작한 해외사업에서 수익이 나는 등 실적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 그리고 올해 예상실적은 어떤지 말씀해 주십시오.
▶2007년도 자본잠식 상태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2008년도 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총 449억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대기업이나 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맞춤형 정기검사를 활성화해 수수료를 올리지 않고도 수입을 확대했습니다. 올해 최소 200억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목표대비 108% 진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습니까.
▶국내에서 검사점검료를 올리는 것으로 수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해외 진출을 시도했습니다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의 한국 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의 현지공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하는 것과 몽골, 베트남 등과 같은 국가에 전기안전에 대한 교육,컨설팅, 주요 공공시설물 전기안전진단을 하는 것입니다. 올해 20억 정도 순수익이 날 것으로 봅니다. 해외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400억원의 부채를 모두 갚고 명실상부한 흑자경영이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해외 수익원을 발굴한 것에 기반해 국내 수수료를 동결하는 등 올 한해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비지니스-콜 이라는 전기안전서비스 브랜드를 개발해 정전 등 발생시 24시간 긴급출동하고 있습니다. 약 2만4000여호에 달하는 전기안전관리대행 계약고객에 대해 올해 수수료를 동결(약 35억원)해 중소기업의 자금부담을 덜어 줬습니다. 올해는 서민생활 안전 확보를 위한 전기안전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현재 일부 저소득계층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스피드콜 서비스(전기 119제도)의 대상을 농촌 및 사회복지시설로 확대하고 재래시장의 전기시설, 영 · 유아 보육설비의 부적합 전기설비, 농어촌 독거노인 및 돈사.우사 등 취약 전기설비의 개선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사 조직 슬림화와 효율화 등 정부권장 사항에 맞춰 개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본사의 조직을 정부권장 정책인 대부제를 도입해 22개 팀을 12개 처.실로 개편했고. 올 상반기 중 3~5개의 사업소를 통폐합했습니다. 현 정원 2876명 대비 289명을 감축하는 작업도 진행중입니다. 이를 위해 상시 퇴출제를 도입했습니다. 근무태도 불량 등과 같이 업무성적 하위 3%를 집중관리해 해당자에게 3개월간 교육을 실시해 평가한 뒤 부적격자로 판명되면 즉시 솎아내는 제도입니다. 이와 병행해 전 직원의 성과상여금 15%반납과 신입사원 연봉조정을 통해 당초 채용계획(45명)에 추가로 27명을 늘려 72명을 채용했고 임직원의 성과급 반납(20%)을 통해 40명의 청년인턴을 선발해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인력을 줄이고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직원들의 의식입니다. ‘일을 적게 하더라도 부실점검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의도 하면서 직원들의 의식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3000명의 직원들이 다 모일 수 없으니까 책을 써서 읽어 보고 CEO와 사고를 같이 하자는 의미에서 ‘1초 경영’에 대한 책을 써서 전파하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1초경영’에 대한 책도 펴 내면서 ‘1초 경영을 하나의 브랜드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무엇인지 그에 따른 성과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1초 경영은 단순히 ‘빨리 빨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경제속도를 유지하면서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남보다 빨리 공급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정전이 됐을 때 1초 빨리 가서 1초 빨리 복구하고 고치자고 하는 것입니다. ‘1초경영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혁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소기업에 대해 ‘비지니스-콜’이라는 전기안전서비스 브랜드를 개발해 정전 등 발생시 24시간 긴급출동해 원활한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CEO로 재직하는 동안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꼭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공기업 CEO로서 국민과 맞닿는 곳에서 일하며,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공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기업 효율화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에서 세운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힘든 곳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년 임기내에 공사를 세계 최고의 전기안전 전문공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 저소득층의 전기 고장 응급 처치를 무료로 해주는 스피드콜 수혜대상을 확대해 전 국민이 혜택을 받게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