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초점이 초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기자브리핑에서 내년 예산 편성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우스갯소리로 한 발언이다. 윤 장관의 이 말 속에는 정부의 고민이 함축돼 있다.
정부는 회복 중인 경기도 끌어올려야 되고, 정권의 핵심 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되고, '친 서민·중도 노선'에도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세수감소와 과다 재정지출에 따른 재정건전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빚을 내서 살림을 하는 처지에 '흥청망청'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반된 성격의 주문을 비빔밥처럼 한 그릇에 섞으려 하다 보니 자연히 '경제 원칙'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4대강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분담시키는 '꼼수'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안가 유예하는 '오락가락' 정책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호기롭게 외쳤던 '조세 형평성'이란 원칙은 쑥 들어가 버렸다.
'부자 감세' 논란 등 진통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라는 일관된 정책기조로 적어도 예측가능성은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주요 정책이 "그때 그때 달라요" 식으로 추진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데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인기영합주의적인 '포퓰리즘' 행보가 자리잡고 있다. '친서민' 노선 덕택에 곤두박질쳤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포퓰리즘에 재갈을 물리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가히 '친서민' 구호는 '4대강'과 더불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이러다보니 관료들 입에서도 "소신 보다 눈치가 우선"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자주 나온다.
정치적 아젠다에 경제 원칙이 휩쓸려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순간은 달콤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초점을 가진 정부와 관료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