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한 인재들이 저희 같은 중견...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겠지요."
연간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이어가는 한 반도체 장비기업 사장은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말하던 중 자신의 회사를 중견기업이라 언급하는 대목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삼성 LG 현대 동부 등 그룹 계열사에 속해있거나 조 단위 매출을 낼 경우 대기업으로, 그렇지 않은 대부분 기업들은 중소기업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 집중해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는 업체를 일컬어 '강소기업' 혹은 '중핵기업' 등으로 미화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부자연스럽다. 중견기업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지 구직을 원하는 이들은 1000억 원가량 매출 규모의 건실한 기업에 들어가 엘리트로 성장하려하기보다는 일용직이라도 대기업을 택하려는 등 이른바 '용의 꼬리'를 자처한다. 때문에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상당수 중견기업들은 때 아닌 구인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법인세법 상 연간 매출이 1000억 원(혹은 자기자본 1000억 원) 이상인 경우에 대기업으로 분류되므로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중견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는데 세금은 '대기업' 수준으로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를 전후로 대기업에서 노하우를 쌓은 우수 인력들이 대거 창업에 나섰다. 그 결과 당시 설립된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매출 1000억 원 이상 벤처기업 수는 2006년과 2007년 각각 102곳과 152곳에서 지난해 202곳으로 늘었다.
이제 매출 1000억 원 이상(1조 원 미만)인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불러야 한다. 나아가 취업준비생들이 '중견기업에 입사해 CEO자리까지 오르고 싶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기 위해 정부에서 중견기업에 적합한 세제 등 지원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