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조는 독? 약?… 출구전략 혼선

국제공조는 독? 약?… 출구전략 혼선

여한구 기자
2009.10.08 14:27

정부·한은 엇박자에 국제공조 논란까지 가세

세계주요 20개국(G20) 일원인 호주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계기로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경제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비상 동원한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것을 뜻하는 출구전략 논란은 '과연 어느 시점이 적절한 타이밍이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쪽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선제적으로"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공조의 필요성 여부에 관한 찬반 논란까지 더해져 출구전략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재정 분야 출구전략은 시행 중=출구전략은 재정과 통화, '투트랙'이다. 이 중에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확대한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전략은 이미 본격화됐다.

다만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 빌려준 외화자금과 중소기업 대출자금에 대한 만기연장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흡수해왔다. 미시적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도 출구전략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정부는 내년 예상 경상성장률(6%)에 못미치는 규모로 (291조8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4%)보다도 본예산 대비 예산 증가율(2.5%)이 낮다.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은 대부분 회수된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재정지출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졌다면 재정 축소는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수 밖에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재정 쪽은 이미 출구전략이 상당부분 진도가 나가 있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금리 인상=출구전략의 '종착역'은 금리 인상이다. 때가 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다만 '때'가 언제인지를 놓고서는 견해가 갈린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과 국제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출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는 마당에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입장을 종합해보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에는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다"고 했으나 8월 "몇 달 동안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운을 뗀데 이어 9월에는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상태"라고 밝혀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의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

국제공조 논란도 가세=G20 정상회의 개최 확정 이후 국제공조가 부각되면서 최후의 출구전략인 금리 인상을 외국과 보조를 맞춰가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가세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출구전략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공조가 강조될수록 한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늦춰지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하는 등 국제공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제공조는 느슨하게 봐야 한다"며 금리 결정권을 가진 한은의 독자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G20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의 합의문 어디에도 금리 인상을 못박아 국제공조를 이뤄가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재정부 관계자도 "자세히 뜯어보면 G20에서는 금리 보다는 재정 쪽에 국제공조의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타당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출구전략 시행=금리 인상'으로 인식되는 한국적 현실에서 '국제공조=금리 인상 연기'라는 또 하나의 등식이 혼재되는데 따른 부담감은 재정부와 한은 양쪽에서 모두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커지면서 금리 인상의 명분은 이전보다는 줄어들었다"면서 "관점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 리스크가 너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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