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급등을 바라보는 세가지 눈

금값 급등을 바라보는 세가지 눈

정영화 기자
2009.10.22 09:58

[머니위크 커버]新골드러시/금 전성시대 다시 도래할까

"금값이 2000달러까지 오른다는데…."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사고 팔 때 달러 대신 금을 요구한다던데…."

최근 금값이 온스 당 1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자 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금 드는 대신 금을 사 모으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금에 대한 여러 근거 없는 소문이나 장밋빛 환상도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금값은 지난해 10월 700달러 부근까지 떨어졌다가 올 2월 1000달러에 근접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다시 1000달러의 벽을 뚫고 올라서면서 다시 한번 투자처로 부상했다.

금값이 오랜 박스권 상단인 1000달러를 뚫고 올라서자, 본격적인 금 강세장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 1971년 달러 금본위제(금태환)가 정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금은 화폐가치를 보증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과연 금 전성시대,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금값 상승, 과거와 다른 투기적 수요

그동안 금값이 상승하는 요인을 분석할 때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제시장을 움직이는 각종 자본들이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금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금값 상승을 바라보는 눈은 이와 다르다. 금값 상승이 안전자산 선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기자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금값이 상승하는 것은 실수요가 증가해서라기보다는 금선물이나 파생상품 등에서 보다시피 투기세력들의 유동성에 의한 것"이라며 "과거에 금값 상승의 분석틀이었던 안전자산 선호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값을 움직이는 세력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투기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의 금 선물 거래를 보면, 최근 금의 비상업적 순매수 포지션(투기적 수요)이 증가하고 있다.

올 초 각국이 금리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자 9월까지 주식시장이 V자형 상승세를 보였고 국제유가나 구리 등도 대부분 수십%씩 오르는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금값만은 9월 초까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을 뿐 실질적인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자산 가격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르자, 시중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금으로 옮아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었다.

◆금, 강세장 진입요건 갖췄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앞으로 10년 안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로저스는 세계가 금융에서 실질자산 쪽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안 투자처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달러화가 세계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 점차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 등으로 달러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가치가 하락하는 달러 대신 실물인 금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사우디 등 산유국들이 원유의 달러 결제를 중단하고 새로운 국제 결제수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중 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온 것도 이런 차원이다. 물론 이 소문은 일단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축됐다.

하지만 이런 소문 자체가 나오고 있는 것은 결국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방증이며, 앞으로도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달러가 점차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된다고 볼 때 그 대안으로서 금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게 되면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대신 금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계속될 가능성도 금값 상승의 지속 요인으로 꼽혔다.

실물 수요에 있어서도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IT 수요와 인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문화적인 행사나 혼례 등에서 금을 사는 전통적인 매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용으로 금선호가 높아질 수도 있다.

조성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증가하면서 이것을 헤지할 수 있는 실물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나 금값이 소폭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금 수요 "한계 있다" 보수적 접근

금값이 최근 치솟고 있지만 실제 수요가 늘어나기엔 금이 갖는 전통적인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금본위제가 없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금 자체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마찬가지로 만약 산유국들이 정말로 달러 대신 금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금을 무한정 생산할 수 없는 만큼 결국 공급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이 달러와 같은 화폐의 대안처로 기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금값이 계속 오르게 되면 금에 대한 전통적인 수요가 은이나 다이아몬드 등 다른 부분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금값이 계속 오르게 되면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도 있다.

김태훈 연구원은 "금값이 오랜 기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박스권에서 탈피해 계속 오를 때마다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대신 금을 보유했던 부분들이 오히려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값이 상승추세가 이어지더라도 그 폭은 가파르기보다는 완만한 추세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너무 높게 가져가기보다는 10%대 전후를 기대수익률로 가져가라는 조언도 있었다.

이계웅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대신 금을 보유하려고 해도 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보유에 따른 이자비용이 없기 때문에 금 매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금 투기세력들이 장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지만 의외의 요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을 너무 크게 가져가지 말고 10%대 전후로 생각하고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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