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보호예수의 그늘(상)
상장사 증시자금조달 최대 걸림돌
私債, 검은 헤지펀드 키우는 꼴
"3자배정으로 투자하면 1년간 주식을 못 팝니다" - 코스닥 상장사 회장 J씨
"정말인가요? 한국에는 투자 못 하겠네요" - 일본 기관투자자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자금조달에 애를 먹던 한 코스닥 기업 회장 J씨는 일본 기관투자자를 만나 투자유치를 시도했습니다. J씨는 한국에 투자경험이 없는 이 기관투자를 동경에서 만나 경영의지 등을 상세히 설명했고, 상당한 의견접근을 봤습니다.
그러나 "1년간 주식을 못 판다"는 말에 협상은 '한방'에 결렬이 됐습니다.
'보호예수(Lockup)'란 최대주주나 증자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상당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해놓은 규정을 말합니다. 신규로 상장하는 기업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투자기관의 보유주식 등에 대하여 상장 후 일정기간 매각을 제한하는 제도이지요.
특히 코스닥에서 3자배정과 같이 사모로 증자가 진행되는 경우, 차명거래 등을 통해 머니게임을 하는 것을 막으려고 1년간 보호예수를 겁니다. 지인들이나 특정 세력이 증자에 참여했다가 단기간에 물량을 쏟아내는 '단타'를 막기 위한 장치죠.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보호예수제도 역시 어두운 뒷면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자금조달에 있어서 큰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J씨는 3자배정 보호예수가 심지어 도와주고자하는 지인들로부터의 투자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를 믿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도 1년간 환금성을 생각하지 말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입니다"
J씨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소의 뿔 모양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말합니다. 소수의 머니게임 세력들을 막기 위해 전체 기업들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말입니다. 특히 선의의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보호예수가 장애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자산담보가 없으면 대출도 꺼리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물며 3자배정 유상증자로 1년간 환금성이 없는 주식에 투자하긴 더욱 어려운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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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는 이 때문에 '장기투자'하는 외국 금융기관을 찾았고 어렵게 투자의사를 받아냈지만, 보호예수의 장벽은 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장기투자자라고 해도 요즘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 1년 보호예수를 약속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의 고문으로 있는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도 장기투자와 관련, "실제 2~3년 이상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투자기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J씨는 보호예수와 같은 장벽이 자금조달의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이를 명동사채시장이나 '검은 헤지펀드'같은 자금이 파고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호예수의 그늘'은 이것 뿐 아닙니다. 실제 코스닥 시장에서는 보호예수를 피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둘러싼 편법들이 빈번하게 이뤄지곤 합니다. '공모를 가장한 사모 유상증자'가 이뤄지는 것이지요. 그 자세한 내막은 하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