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멍석은 깔렸다. 뛰어놀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들뜬 분위기다. 구조조정 영역에서 해외 자본이나 산업자본의 들러리가 아니라 마침내 주연을 맡을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자본의 활약을 위해 파격적으로 길을 터줬다.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의 투자제한을 완화한 데 이어 PEF가 기업을 인수할 때 세금을 감면해 주는 특례조항까지 마련키로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투자제도도 다수 도입됐다.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빠르면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일반 PEF와 달리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50%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구조개선 PEF도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남은 마지막 빗장 이었던 헤지펀드까지 곧 허용될 예정이다. 당초 연내 국내 헤지펀드 도입을 주저했던 정부는 기업구조개선 PEF의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헤지펀드가 기업 구조조정에 활용될 수 있도록 방향을 맞췄다.
국내 증권ㆍ운용업계도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자본에 질 이유가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나왔던 알짜 매물들은 외국 자본의 독차지였다. 2006년 당시 불었던 기업 M&A 붐에서도 두산과 금호 등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면서 국내 금융자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M&A에 적극 나섰던 기업들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며 M&A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고 나머지 기업들 역시 관심이 있더라도 실탄 부족으로 인수를 꺼리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 역시 국부 유출 논란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자본시장이 기업 구조조정과 M&A를 주도하는 구원투수로 선택을 받았다. 아마 이 기회에서 무엇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의 앞날이나 신뢰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구조조정의 열매를 직접 맺고 스스로 맛보며 투자자에게 돌려줄 때 자본시장은 또한번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은 정말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