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무총리와 막걸리

[기자수첩]국무총리와 막걸리

원종태 기자
2009.11.18 17:08

취임 두 달이 채 안된 정운찬 국무총리의 행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막걸리가 자주 따라다닌다. 지난달 20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지역주민과의 만남에서 정 총리는 막걸리 통을 들고 나왔다.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동에서도 여지없이 막걸리를 마셨고, 18일 열린 제1회 중소기업 기술인대전에서도 막걸리를 사발 째 들이켰다. 총리의 막걸리 행보는 우연이겠지만 막걸리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막걸리는 뉴스의 키워드로도 통했다. 대통령과 외국정상의 만찬 때 사용되자 '막걸리 외교'라는 신조어가 나왔고, '기내 막걸리'를 거쳐 '막걸리 누보'(햅쌀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기발하고 재밌는 표현들이 줄을 이었다.

막걸리가 이처럼 대접받은 이유는 '막걸리〓서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함이 작용했다. 한 병에 1300원짜리 막걸리가 이 곳 저 곳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은 서민들에게 색다르지만 반가운 충격이었다. 이 귀한 막걸리를 자신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는 대리만족도 막걸리 열풍에 일조를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막걸리가 계속 극진한 대접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경기가 나아지고 총리가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때 막걸리는 관심의 저편으로 밀려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현재의 인기에 영합하기 보다는 막걸리 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적인 맛과 품질 개선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국의 700여 개 막걸리 제조업체 중 몇 곳을 빼면 대부분은 아직 영세하다.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해외수출, 신제품 개발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더욱이 아직까지 막걸리의 공식 영어표기조차 없는 것을 보면 프랑스 와인처럼 세계화는 남의 일일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막걸리의 표준화와 세계화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막걸리로 유명한 지자체도 내 고장 막걸리를 위해 더 구체적인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창군이 만든 복분자연구소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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