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전문회사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일명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불리는 이 회사들은 유망한 아이템이나 특허를 무차별 매입해서 비싼 값에 기업에 팔거나, 제조업체의 기존 상품 가운데 문제가 있으면 특허료를 요구해 이익을 취한다.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1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이 최근 3년새 특허 분쟁을 경험했다. 승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특허 분쟁에서 이기고도 피해를 봤다는 기업이 33%나 됐다. 특허분쟁에 휘말리면 제품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아이디어가 무차별적으로 이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향후 국가의 경쟁력 약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서울대 등 국내 8개 주요 대학의 연구개발 및 발명 아이디어 268건이 외국의 특허관리업체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허괴물들이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에 스폰서로 참여해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싹쓸이 한다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지식사회로 넘어가면서 특허 등 지식재산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원천이 되고 있다. 정부나 기관에서 해마다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이다. 하지만 특허사냥꾼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는 연구개발 투자는 구멍난 독에 물붓기와 매한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허사냥꾼 대응책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약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학이나 출연 연구소에 잠재돼 있는 유망한 연구성과를 발굴해 산업계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특허청이 특허펀드를 조성해 지식재산보호와 산업화를 추진키로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는 반가운 일이다.
아울러 특허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외 특허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권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연구자나 기술개발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지난 수년간 강조돼온 산학협력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