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FTA 앞서 무역불균형 해소해야" vs 李대통령 "車 문제 논의 가능"
- 오바마 "무역 불균형 문제 선행" 강조
- 정부 "재협상보다는 큰틀 강조한 것"
-"양국간 깊은 교감 오갔다"

19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30분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관심을 반영한 듯 많은 부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채워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강화를 위해 한미FTA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을 언급하며 한국의 성의표시를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해 재협상은 없다던 기존 정부 입장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재협상 언급이 아닌 큰 틀에서 보자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오바마 "무역불균형 시정해야"=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관계강화를 위해 무역 '불균형'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FTA 진전을 위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고 팀을 구성해 장애가 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는 무역 불균형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전 아시아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이고 미국 의회가 보기에 일방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연간 3000억 달러, 일본과는 700-80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의 교역에서도 80억 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한국의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등 성의표시가 없을 경우 미 의회의 FTA 비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에 대한 확고하고 강한 추진의지를 밝혔고 이 대통령과 깊은 교감이 오갔다"면서도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국 의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날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李대통령 "車논의 가능해"=오바마 대통령의 무역균형 압박에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협상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얘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의 최대 걸림돌인 자동차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으니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데 나서달라고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 역시 서비스업과 농업 분야에서 불만이 있다는 점과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유럽연합(EU)과의 FTA 체결 사실을 언급하며 특정 산업의 유불리를 떠나 전체 경제라는 큰 틀에서 한미 FTA를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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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8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거두고 있다고 하지만 서비스 수지를 고려하고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거둬가는 이익을 고려하면 거의 균형"이라며 설명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런 내용까지는 몰랐다"며 이해를 표명했다고 한다.
◇"車 재협상 아닌 추가논의"=이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FTA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세 조정은 있을지 모르지만 한미 FTA 합의문안을 고치는 수준의 재협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논의'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대통령의 발언은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저쪽(미국 측)에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 측의 내부입장도 구체적으로 의견정리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협정문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배기량, 관세를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FTA 흔들릴 가능성 배제 못해=하지만 '재협상'이든 '추가논의'든 이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해 협상의사를 밝힌 만큼 미국 측이 새로운 협상안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높다. 전례 없는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자동차 산업의 부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협정문이 수차례의 협상을 거쳐 양국의 균형된 이익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분야를 손대면 다른 분야에서도 수정요구가 나올 수 있고 자칫 협정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한미 FTA 협상의 기존 틀을 고치는 일은 없다고 미국 측에 분명히 얘기했다"며 "미국에서 어떤 요구안을 갖고 오더라도 '손해보는 장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미 의회와 행정부의 비준 촉구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과의 FTA를 언급하며 한미FTA 비준이 늦어질 경우 미국 측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 그것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내년 상반기 비준을 위해 앞으로 두 달간 우리가 총력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