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BUY KOREA' 열기, 자리가 모자랐다"

"日의 'BUY KOREA' 열기, 자리가 모자랐다"

김기봉 유진자산운용 CIO
2009.11.23 09:20

[기고]김기봉 유진자산 CIO, 일본 투자설명회를 다녀와서

유진자산운용은 신규 출시한 '유진AIZ한일굿초이스 펀드'의 운용과 관련해 일본측 판매사인 아이자와 증권의 직원과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지난 16~19일 3박 4일 일정으로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일선 창구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직원들과 주요 고객들이 한국에서 직접 펀드를 운용할 펀드매니저로부터 설명을 들어보기를 원한다는 연락이 왔고 유진자산운용도 직접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파악해 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방문지역은 동경과 시즈오카, 오사카 3곳이었습니다. 동경에서 직원과 고객 대상으로 2회, 시즈오카에서 직원대상으로 1회, 오사카에서 직원과 고객대상으로 2회의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확인한 바로는 모집상황이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은 펀드 판매를 할 때 약 한 달전부터 먼저 모집 권유를 하고 공식적인 판매는 펀드발매 2주전부터 설명서를 배부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유진AIZ한일굿초이스 펀드'는 12월 2일 설정 예정이기 때문에 일본 출장 시기에는 공식적인 판매가 시작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설명회 분위기를 통해 사전에 가입의사를 보인 고객들이 실제로 가입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질문이 많이 쏟아져 나와 예정했던 설명회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아이자와 증권 측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며 그만큼 펀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오사카에서 고객 대상 설명회를 할 때에는 자리가 부족해서 추가로 의자를 가져오기도 했었습니다. 아이자와 증권 영업담당 상무는 최근에 설정된 다른 펀드가 한달동안 8억엔을 모았는데 이 펀드는 일주일만에 10억엔이 모였다고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은 직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전 검토를 할 때 일본 측 판매사 직원들은 아직 한국이 일본의 상대가 되느냐는 우월감을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설명회가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따로 대화를 나눠보자 일본시장의 무기력한 점에 실망을 표하고 한국시장의 강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한국은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는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까지 던졌고, 어떤 직원은 아예 펀드에서 일본주식을 다 빼고 운용할 수 없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저한테 공통적으로 얘기한 것이 이런 펀드라면 얼마든지 팔 자신이 있으니까 운용만 잘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이 펀드의 장점을 얘기하면서 강조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선진국임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 시장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일본이 모든 산업이 다 최첨단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식투자 대상으로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금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일본의 금리상황도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일본 투자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첫째, 미국이나 일본의 주요 기업들의 가동률이 아직도 70%이하에 머물러 있는데 비해 한국의 가동률은 90%가 넘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사상최고의 실적을 보이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둘째, 한국의 산업구조가 일본과 유사해 일본의 주요기업들의 대안으로 투자하기에 적절합니다. 신흥 시장 중에서 한국만큼 균형잡힌 산업구조를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셋째, 한국기업들의 평균적인 재무신뢰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외환위기 직전 200%가 넘던 부채비율이 이제는 50%로 안정화됐습니다. 일본기업들의 부채비율 150%수준보다 낮습니다.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손익이 급변하던 예전의 한국 시장이 아니며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한국시장은 올해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됐습니다. 넷째, 무엇보다도 지금 한국주식시장은 이머징마켓 평균보다도 저평가 돼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렇게 설명하면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동의하고 한국시장이 왜 이렇게 빨리 회복하고 기업들의 성과도 좋은 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첫째 외환위기 이후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 이번 금융위기에도 비교적 잘 대처한 점입니다.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게는 전대미문의 위기였겠지만 한국기업들도 이미 한번 겪어봤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효율성 제고로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잘 활용했습니다. 둘째는 한국 경영자들의 기업가 정신 때문입니다. 불황기에 경쟁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때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로 호황기에 그 혜택을 선점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삼성이나 LG, 현대차그룹 등 한국의 주요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이번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 때 일본에 갔다 오면 코끼리 밥통을 사오는 것이 최고의 선물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밥통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한국이 전 세계에서 팔리는 LED TV의 대부분을 'MADE IN KOREA'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일본에서 한국시장으로 펀드투자자금을 끌고 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펀드매니저로서 그저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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