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서치센터가 '테마株 인큐베이팅'?

[기자수첩] 리서치센터가 '테마株 인큐베이팅'?

오상헌 기자
2009.12.18 07:23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작정하고 테마주 만들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네요".

최근 한 투자자가 증권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 투자자의 말마따나 요새 나오는 증권사 보고서엔 'OOO 테마' 'OOO 수혜'란 제목이 자주 눈에 띈다. 올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비제도권 테마주'의 열기가 확연히 줄어든 가운데 나온 현상이다.

보고서는 제목부터가 일단 '섹시'하다. 세계일류상품 생산 중소상장업체, 3D산업 성장 수혜주, 무선인터넷 활성화 수혜주, 아이폰 관련주, 모바일 전자결제 수혜주, IPTV 수혜주, 그린카 테마주, 반도체 후공정 수혜주 등 투자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심지어 '테마분석'이란 그럴 듯한 대문을 달고 하루에 한 번 꼴로 테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증권사도 있다. 관련 종목을 짚어주고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건 '기본'이다.

제도권 증권사들이 직접 나선 덕분인지 최근 증시에선 테마주들이 유독 강세다. 마땅한 투자 종목을 고르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입질 때문이다. 테마에 편승한 일부 종목 중에선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기업도 있다.

문제는 '테마주'의 속성상 급등락을 반복하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최근 양산한 테마가 이른바 '찌라시 테마'와 차별화되는 건 사실이다. 대부분이 성장 산업이고 테마에 편입된 종목들도 우량한 기업들이 다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다는 점에선 입소문으로 형성되는 일반 테마주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실제 증권사들이 제시한 종목 중에선 관련 사업 매출이 미미해 수혜주란 말이 쑥스러운 기업도 많다. 그렇다 보니 증권 사이트 게시판에선 추격 매수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내년 증시 테마와 성장산업 전망을 두루 분석하는 건 증권사들의 고유 업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틈만 나면 "테마주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 펀더멘탈을 보고 투자하라"고 입버릇처럼 조언했다. 그랬던 그들이 경쟁하듯 테마주 양산에 앞장서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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